스리피트 논란 넘겼더니 또 볼판정 논란...심판 향한 불신의 시대, 갈등이 폭발한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리그 구성원들 사이의 믿음과 신뢰는 흥행과 안정적인 리그 운영의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KBO리그 심판진을 향한 불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의 경기가 심판진을 향한 선수단의 불신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양 팀은 위닝시리즈를 두고 맞대결을 펼치고 있었고 우천 중단 86분 등 혈투 끝에 키움이 7-6으로 승리,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하지만 경기 중 판정과 관련해서 민감하고 묘한, 그리고 억울한 상황들이 연거푸 발행했다. 6시간 10분이라는 경기 시간에는 우천 중단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심판진을 향한 볼멘 목소리와 성토의 시간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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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리피트 위반 상황 발생, 개정 규칙 적용해서 일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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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반기 막판 최대 화두였던 스리피트 라인과 관련한 상황이 발생했다. 3회초 키움의 공격 때 선두타자 이지영의 우전 안타로 출루했고 이용규가 1루 방면으로 기습번트의 의도도 담긴 희생번트를 댔다.
1루 선상으로 절묘하게 흐른 타구였고 롯데 1루수 한동희는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송구했다. 이때 1루 송구가 이용규의 왼쪽 어깨에 맞았다.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안치홍은 송구를 잡을 수 었었다. 이용규를 맞고 굴절된 송구가 2루로 향했고 주자들은 모두 한 루씩 더 진루했다.
이때 심판진이 모였다. 스리피트 위반 여부를 의심했고 스리피트 위반 수비 방해 판정이 나왔다. 홍원기 감독이 발끈해서 나왔고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이용규는 일찌감치 스리피트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파울지역으로 돌아 뛰었고 베이스를 밟아야 할 때 선을 밟고 달렸다. 왼발로 베이스를 밟았다. 송구가 이용규의 몸에 맞았지만 한동희의 포구와 송구 위치가 이용규와 일직선상이 아니었다. 스리피트 라인 위반으로 보기 힘들었고 결국 스리피트 라인 위반 수비 방해 판정은 번복됐다. 무사 2,3루 상황이 그대로 유지됐다. 롯데도 별다른 항의 없이 상황을 넘겼다. 키움은 이후 김혜성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로니 도슨의 KBO리그 데뷔 첫 홈런(2점)이 터지면서 3-0의 리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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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피트 논란의 시작, 결과만 생각한 해명으로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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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전반기 막판 숱한 스리피트 논란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때마다 심판위원회의 석연찮은 설명으로 논란을 더욱 불지폈다.
지난 6월23일 고척 두산-키움전 7회 무사 만루에서 임지열의 3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 상황에서 두산 포수 양의지의 1루 송구가 임지열의 몸에 맞았고 스리피트 위반 판정을 받았다. 홍원기 감독은 임지열이 스리피트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홍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어릴 때부터 감독이나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반칙을 하라고 지도를 하지 않는다. 늘 정정당당하게 플레이를 하라고 하고 선수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심판들이 반칙을 했다고 판정을 한 것이다”라며 “주루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포구 과정, 송구 각도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IA는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판정으로 피해를 봤다. 6월 16일 광주 NC-KIA전, 5회초 무사 1,2루에서 신범수의 번트 때 NC 투수 류진욱이 1루에 공을 던졌지만 바운드 악송구가 됐다. 타자주자와 일직선상에 놓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범수의 발에 맞고 악송구가 됐다. NC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신범수가 파울-페어지역 안쪽으로 뛰어 스리피트 라인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신범수는 아웃이 됐고 김종국 감독은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광주 삼성-KIA전, 같은 상황에서 다른 판정이 나왔다. KIA는 또 다시 피해를 봤다. 3회 2사 1루에서 피렐라의 타구가 1루 선상 안쪽으로 향했고 투수 양현종이 피렐라를 피해 송구했지만 악송구가 나왔다. 김종국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지난 NC전과 달리 피렐라는 아웃이 아니었다. 심판은 마이크를 잡고 "피렐라가 안쪽으로 뛰었지만 투수가 처음부터 빗나가게 볼을 던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결국 이 설명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고 후반기를 앞두고 규정을 세분화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기존 야구 규칙 5.09와 6.01은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면서 파울 라인 안팎의 3피트 라인을 벗어남으로써 1루 송구를 처리하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 타자주자는 아웃 선언되고 다른 주자들은 방해 발생 순간에 점유하고 있었던 베이스로 돌아가야 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야구 규칙을 엄격히 적용하여, 그동안 1루 수비를 방해하지 않는 경우 파울 라인 안쪽으로 뛰었다고 무조건 아웃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며, 심판원이 송구를 악송구로 판단하였을 경우에도 수비 방해로 판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정된 규칙 적용안에서는 주자의 주루가 ‘방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 수비 방해 선언하기로 했다.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타자 주자의 3피트 라인 안쪽 주루 행위가 명백히 수비(송구 또는 포구) ‘방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도 수비 방해로 선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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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았던 울분이 터졌다, 일관성 없는 심판진 향한 키움과 롯데의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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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피트 상황은 비디오판독까지 거쳐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기본적인 불신이 남아있던 곳은 스트라이크존 판정이었다. 양 팀 모두 폭발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과 관련해서 양 팀에서 1명 씩, 2명이 퇴장 당하는 진귀한 상황이 발생했다.
서튼 감독은 5회초 심재민이 로니 도슨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한현희로 투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선수 주심에게 공을 받아들고 새로 올라온 투수에게 공을 건넨 뒤 서튼 감독은 김선수 주심에게 다가갔다. 스트라이크존 판정과 관련해서 다소 간의 항의를 했다. 앞서 무사 만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억울할만한 볼판정이 있었다. 서튼 감독은 갈수록 목소리를 높였고 제스처도 커졌다. 김선수 주심은 퇴장을 명령했다. 서튼 감독은 더욱 격양됐고 심판진이 모두 달려와 서튼 감독을 말리면서 진정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4로 맞선 6회초 1사 1,2루에서는 키움이 주심 판정에 흥분했다. 폭우로 86분 간 중단됐다가 재개된 경기. 이용규는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 째 구승민의 포크볼에 체크스윙을 했다. 이용규는 멈췄다고 판단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김선수 주심은 이용규의 체크 스윙을 헛스윙으로 판정했다. 애매했던 스윙이었지만 김선수 주심의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이용규는 놀라서 주심을 쳐다봤고 결국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홍원기 감독과 김창현 수석코치가 모두 나와 이용규를 뜯어 말렸다.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김선수 주심에게 또 한 번 어필을 했다. 3루심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했고 김선수 주심은 결국 이용규에게 퇴장 조치를 내렸다. 퇴장 이후 이용규는 다시 흥분했고 주심에게 달려들었다. 겨우 뜯어말렸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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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시대' 리그 흥행을 방해하는 갈등, 골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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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심판진에 대한 불신이 이날 경기에서 폭발했다. 하나의 상황을 넘기면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어쩌면 이날 경기는 심판진이 경기를 지배했고 흐름을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스리피트 라인 위반 수비방해 상황 논란과 관련해서 이미 KBO 허구연 총재도 적지 않은 관심을 쏟았고 후반기 개정된 적용안을 발표하도록 강력하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리그 구성원들 간의 불신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판정 문제는 해묵은 갈등의 소재다. 바뀐다고 말하고 있지만 선수들은 매번 일관성 없는 판정에 뿔이 났다. 그렇다고 이를 대놓고 표현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문제의 소지를 제공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문제가 발생하고 심판의 권위를 이용해 찍어누르는 상황들도 더러 있었다. 결국 심판진과 갈등의 불씨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언제나 살아있다. 리그 흥행에도 이 갈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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