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으로 무너진 취약계층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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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 김승섭 교수를 비롯해 연구자 5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3년 4개월을 정리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를 펴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과 치명률(확진자 100명당 사망자 수), 어느 쪽에 있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장장애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비장애인 대비 8.8배라는 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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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서울대 보건대학 김승섭 교수를 비롯해 연구자 5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3년 4개월을 정리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를 펴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과 치명률(확진자 100명당 사망자 수), 어느 쪽에 있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연구 결과에서 드러나듯 한국은 빠른 초기대응과 확진자에 대한 의료적 지원을 통해 성공적인 방역을 이뤄냈다는 호평을 받은 나라다.
그럼에도 코로나가 지나간 자리에는 재난이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던 취약계층이 있었고 이들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지워져 갔다. 공저자들은 여성,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 등 한국 사회에서 각자 다른 취약계층에게 코로나19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다뤘다.
아동 인권은 후퇴했다. 방역 과정에서 아동의 존재는 잊히거나 뒤로 밀려났다. 방역 정책은 진행 과정에서 아동의 발달과정에 따른 취약성과 신체적·정신적·심리적·정서적 변화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시기인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
아동의 삶은 오로지 성인을 기준으로 집행되는 방역 정책에 일방적으로 우겨 넣어졌다.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학업과 사회적 경험이 모두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자원에 따라 아동의 경험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은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고된 시간을 보냈다. 돌봄노동자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 중 다수가 여성이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조직에서 관리자가 아닌 일선 실무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의 의견을 조직의 방역 대책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여성이 더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이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었고, 여성의 실업률은 급증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부담은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가정 내 돌봄과 안전의 책임을 지는 여성 노동자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위험의 외주화'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이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더 높은 직장에서 일했으며 소득이 감소하거나 실직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유급백신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높았다.
장애인의 고통은 팬데믹 시기에 가중되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행시설로 지정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거주인 대다수에게 먹고 씻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활동만이 허용되었고 인적 교류를 포함한 기본권이 박탈됐다. 이런 격리 정책이 아무런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음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중증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모두 홀로 수행하는 불가능한 생활을 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장장애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비장애인 대비 8.8배라는 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은 팬데믹 이전부터 가부장제, 연령 차별, 비정규직 차별, 비장애중심주의, 인종 차별 등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 위에서 살아왔다. 그 열악하고 위험한 삶의 조건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재생산되고 또 증폭됐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김승섭, 김사강, 김지화, 김희진, 변재원 공저/ 동아시아/ 2만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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