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접경 르포③] 북한 식당은 여전히 영업 중… "또 만납시다" 인사도

최소망 기자 2023. 7.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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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경색된 한중관계까지. 한국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 정세 속에서 북한과 중국을 접하고 있는 1500㎞ 접경지역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복잡한 역내 정세 속에서도 중국 내에 한국인 손님을 받는 북한 식당이 존재한다는 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제 하에서도 이를 여전히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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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사람 '경계' 없이 중국인 손님과 마찬가지로 대해

[편집자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경색된 한중관계까지…. 한국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 정세 속에서 북한과 중국을 접하고 있는 1500㎞ 접경지역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뉴스1은 북중접경지의 모습을 4편의 현지 르포를 통해 소개한다.

북중 접경지역 위치한 북한 식당. 2023.7.24/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옌지=뉴스1) 최소망 기자 = 지난 13일 저녁시간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에 위치한 북한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널찍한 홀이 눈에 들어왔다. 홀 안엔 중국식 원형 회전식 테이블, 이른바 '레이지 수전'(Lazy Susan)을 갖춘 식탁이 듬성듬성 위치해 있었다.

홀 중앙엔 드럼과 전기기타, 키보드 등이 놓인 무대가 꾸며져 었고, 출입구 옆 계산대 주변엔 손님들에게 파는 조화도 5~7개 비치돼 있었다. 식당 안에선 북한 종업원 10여명 정도가 바쁘게 움직이며 손님들에게 '봉사'(서비스)를 제공했다.

식당 곳곳에선 다수의 중국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아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과 젊은이들의 모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이 식당을 찾는 듯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식당은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한국인 손님들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남한 사람들의 출입 및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올 초부터 중국 베이징이나 북중 접경지 단둥(丹東) 등지 북한 식당에선 남한 손님을 받지 않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악화된 남북관계나 한중관계와도 관련 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돼왔다.

복잡한 역내 정세 속에서도 중국 내에 한국인 손님을 받는 북한 식당이 존재한다는 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제 하에서도 이를 여전히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안보리가 2017년 12일 채택한 제2397호 결의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들은 2019년 12월22일까지 각국에 파견돼 있던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내야 했으나, 중국·러시아 등지엔 여전히 다수의 북한 노동자가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식당 방문 하루 전인 12일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2차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다시 한 번 최대치로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정작 식당 안에선 긴장된 기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종업원들은 남한 사람들도 다른 중국인 손님과 마찬가지로 대했다. 종업원들이 손님들의 술잔을 채워주기도 했고, 또 손님이 북한 공연자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도 가능했다.

식당 여종업원들의 공연도 진행됐다.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의 노래가 대부분이었으나, 첫 곡은 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이었다. 종업원들은 한복뿐만 아니라 중간엔 세련된 드레스로 갈아입으며 20여분간 공연을 이어갔다.

"(술) 더 하시겠습니까."

식당 종업원들이 먼저 말을 건네 왔다. 남한 손님이라고 해서 특별히 경계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곳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들은 20~25세 정도로서 예술 전공자가 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만 이들은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우려를 이유로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최근 3~4년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란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 일부 종업원들은 "잘 가시라우. 또 만납시다"는 인사도 전했다.

그러나 현재의 '갑갑한' 남북관계가 머지않아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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