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우크라, 잃은땅 50% 이미 수복” 전문가 “진흙탕 빠질 때까지 3개월”

임병선 2023. 7. 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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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제가 23일(현지시간) 쿠피안스크 근처 전선에서 세상을 떠난 우크라이나군 사병 스테판 팀치샥의 장례식이 진행되던 오팍의 도로 위에서 유족을 축복하고 있다. 오팍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반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쟁 초기에 러시아에 잃은 영토 절반을 수복했다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더 되찾기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가) 초기에 점령한 영토의 약 50%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반이고 어렵다”면서 “향후 1∼2주 안에 결정되지는 않을 테고 몇개월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탄탄한 수비를 구축했지만, 우크라이나는 50여개국이 제공한 장비와 훈련을 받았고, 훈련된 병력 다수가 아직 반격에 투입되지 않았으며,무엇보다 조국과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이미 패배했다”며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우고 독립과 주권을 없애 러시아에 종속시키는 것이었는데 그건 오래 전에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의 기대 섞인 낙관과 달리 미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전세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무기와 훈련 부족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교착 상태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방의 군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몰아내기에 필요한 포탄, 전투기 등 무기와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용기와 지략으로 승리하기를 바란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올해 전쟁에서 커다란 돌파구를 만들 전망이 어둡다고 분석했다.

WSJ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에 조심스러운 것처럼 보이고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는 병사들의 낮은 사기 등 문제가 있지만 오랫동안 구축한 지뢰, 참호 등 강력한 방어시설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여전히 유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을 다녀온 군사분석가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망을 뚫기를 원한다면 정말로 군사작전의 규모를 확대하고 (군사작전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보병 중대 단위의 소규모 작전을 순차적으로 전개하면서 러시아군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는 만큼 전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WSJ은 서방의 어떤 군대도 하늘을 장악하지 않은 채 확실히 자리 잡은 방어망을 뚫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공군력 열세를 언급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더글라스 배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지금 항공 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공군력이 우월하지는 않지만 방어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장에 드론(무인기)과 헬기를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전투기와 헬기를 갖고 있지만 많지 않고 서방에 요청한 F16 전투기를 전달받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국방부 전문가들도 올해 초 우크라이나 부대들이 러시아의 공습에 고전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CNBC 방송은 지난 21일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망을 뚫고 영토를 탈환할 기회의 창이 곧 닫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방어망을 돌파할 시간이 제한된다는 점이라며 영토를 많이 수복하기에는 여름철 불과 몇개월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군사분석가인 로찬컨설팅의 콘래드 무지카 회장은 “우크라이나가 탄약이 다 떨어지고 더는 총포로 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최장 3개월을 남겨뒀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무지카 회장은 가을에 전장이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이 어려워질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지형이 다시 진흙으로 질퍽해질 때까지 3개월의 시간이 있다”고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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