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3. 7. 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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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핀란드가 2023년 4월 4일자로 나토(NATO)에 가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는 나토에 대해 새로 1300km 길이의 긴 군사 방어선을 추가했다. 안보상의 부담은 물론이고 국경 관리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핀란드-러시아 국경은 거의 전부가 삼림지대여서 제대로 경비하고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핀란드가 서둘러 나토에 가입한 이유는 핀란드의 역사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핀란드에게 소련은 거의 불구대천의 원수이고 숙명적으로 싫은 이웃이었다. 만약 일본이 우리를 다시 군사적으로 위협한다면 우리는 필요에 따라 아마 그 누구와도 새로 군사 동맹을 맺을 용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핀란드가 바로 그런 입장이다.

러시아 인구는 핀란드의 거의 30배지만 핀란드가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에 들어가는 순간 그 강점은 소멸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핀란드가 아니라 나토(러시아에게는 히틀러의 독일, 나폴레옹의 프랑스다)에서 150km에 놓이게 된다. 러시아가 무력이나 외교를 통해 핀란드를 지배하거나 중립으로 두려고 애써온 이유다.

핀란드는 1150년부터 1809년까지 600년 넘게 스웨덴에 속해 있다가 러시아로 넘어갔다. 1809년에서 1917년까지 100년 이상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핀란드와 러시아의 긴장 관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모스크바가 러시아의 수도지만 역사적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러시아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러시아는 핀란드와의 국경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급적 먼 곳에 그으려고 애썼다. 핀란드 전체 인구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구가 약 560만으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론상 전격적으로 점령당할 수 있을 만큼 핀란드와 너무 가깝다.

1808년에 영국과 대립하고 있던 러시아는 프랑스와 동맹을 결성했는데 문제는 핀란드를 지배하고 있는 스웨덴이 영국의 동맹이라는 사실이었다. 러시아는 스웨덴에게 발트해의 모든 항구를 영국해군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러시아는 할 수 없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호하기 위해 핀란드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1년 내에 핀란드뿐 아니라 스웨덴 까지 일부를 점령했다. 스웨덴은 군사적으로 완전히 분쇄되어 최근에 나토 가입 신청을 할 때까지 200년 이상 중립이 되었고 위치가 러시아와 가까운 죄로 핀란드는 1차 대전 종전까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1차 대전 후 독립한지 22년 만에 핀란드는 다시 강대국들 간 파워게임에 희생된다. 1939년에 독일과 소련이 멋대로 협정을 맺어 두 나라 사이 영향권 지역을 분배했는데 폴란드는 독일과 소련이 나누어 가지고 발트 3국과 핀란드는 소련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독일을 믿지 않았던 스탈린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호하기 위해 핀란드를 아예 접수하기로 마음먹고 54만 대군으로 핀란드를 전격 침공했다. 그 유명한 겨울전쟁이다.

소련은 핀란드와 비교가 되지 않는 대국이었지만 4개월간 전사자 수만 소련 12만 7000명, 핀란드 2만 5000명이라는 고전 끝에 상처뿐인 승리로 휴전했고 핀란드는 독립 국가로 남았다. 단일 전투는 아니었지만 겨울전쟁은 우리로 치면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이었다. 핀란드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그리고 종전 1년 후에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자 핀란드는 재빨리 독일과 동맹을 맺었다. 나중에 나치의 패색이 짙어지자 핀란드는 소련과 휴전하고 연합군에 가담해 독일과 싸웠다. 적이었던 소련군과 함께 동맹이었던 독일의 베를린을 공격했는데 많은 핀란드군이 소련과의 휴전에 반대하고 독일군과 함께 베를린을 방어하는 기이한 상황도 연출되었다.

핀란드는 원래 군사 강국이다. 주변국들과 달리 개병제이며 백만이 넘는 잘 관리된 예비군을 보유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합한 숫자보다 많다. 첨단 무기로 무장되어 있고 국민의 75%가 전쟁 발발 시에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할 것은 아니어서 종래 외교적 중립을 유지했는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시에도 국민의 22%만이 나토 가입을 찬성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핀란드 국민들에게 역사를 상기시켰고 여론은 나토 가입으로 급선회했다.

스웨덴도 나토 가입을 신청했는데 튀르키예가 아직 가로막고 있다. 스웨덴마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나폴레옹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500년 역사의 해군과 유럽 최고 수준의 공군을 보유한 스웨덴은 유럽에서 러시아를 가장 잘 아는 나라다. 스웨덴 바이킹들은 발트해와 흑해 사이의 전 지역을 휘젓고 다녔다. SAAB를 포함해 최고의 방산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있다.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수심 최고 54m인 발트해는 나토의 내해가 된다. 발트해 중앙에는 스웨덴의 고틀랜드섬도 있다. 침몰시킬 수 없는 거대한 항공모함이다. 5km 정도 폭인 덴마크해협도 100% 나토 관할이 된다. 러시아 발트함대는 출입에 사실상 신고를 하고 다니게 될 것이다.

발틱 3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안보 상황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리투아니아 바로 아래에 붙어있는 러시아의 월경지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발틱 3국을 60시간 내에 점령하는데 필요한 전략 요충지가 아니라 고립된 취약지가 된다. 발틱 3국이 나토와 사실상 격리된 지역이 아니라 연결된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핀란드 북쪽 국경 지역은 콜라반도다. 미국과의 근접성 때문에 ICBM을 위시한 러시아의 전략 핵자산이 대규모로 배치되어 있는 곳이다. 초음속 전략폭격기 ‘백조’ TU-160도 여기서 발진한다. 그런데 이 지역이 나토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는 취약 지역이 된다. 근처에는 기후상의 이유로 부동항인 무르만스크도 있다. 러시아 북방함대의 기지다. 발트해의 불편 때문에 러시아 핵잠수함들은 주로 여기에서 발진한다.

조지 프리드먼이 말하듯이 전쟁은 서로 이익이 너무나 달라서 싸우지 않으면 치를 대가가 싸우면 치를 대가보다 더 크면 일어난다. 인간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바보여서도 아니고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도 아니다. 인간은 고통이 닥칠 것을 감지한다. 그러면 싸우게 되는데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보다 먼저 산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고 우둔하기 때문에 세계사가 전쟁으로 점철되었던 것이 아니다.

한국 사람의 대다수는 일제 식민지 통치 아래서 고통당한 경험이 없다. 임진왜란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왜 일본에 대해 적개심까지는 아니라도 크고 작게 감정이 있고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분노할까. 내가 직접 나쁜 일을 겪은 바 없고 지금은 나쁜 관계도 아니어서 일본 여행도 잘 다니고 일본 친구와도 잘 지내는데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 그 이유는 역사에서 배워서만이 아니다. 두 나라가 깊은 곳에서 이익이 충돌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서다.

이익 충돌은 상당 부분 지정학에서 온다. 역사가 그 증거다. 땅의 성질과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그 위에서 사는 사람들은 서로 이해가 달라지고 결국에는 싸우게 된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사례는 역사가 지나간 일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일부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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