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연 180송판’ 격파…짜릿한 ‘액션 뮤지컬’로 무더위 날려볼까

서정민 2023. 7.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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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호원들 화끈한 액션 ‘그날들’
태권도 선수들 참여한 ‘태권, 날아올라’
뮤지컬 <그날들> 장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원들이 헬기 래펠을 타고 공중에서 지상으로 날렵하게 내려온다. 태권도 선수는 공중제비를 돌며 날아올라 발차기로 송판을 격파한다. 영화나 드라마 장면이 아니다. 실제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의 한 장면이다. 액션 영화 못지않게 짜릿한 쾌감을 안기는 ‘액션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그날들>(9월3일까지)은 김광석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김광석 노래에 웬 액션?’ 하는 선입견은 버려라. 이야기 배경이 청와대 경호실이다. 공연 도입부부터 헬기 래펠 장면을 비롯해 온갖 무술을 훈련하는 대원들의 액션이 무대를 후끈 달군다. 서정주 무술감독은 “태권도, 권투, 유도, 검도 등을 토대로 한 훈련 장면으로 여느 안무와 차별화한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장면. 라이브·컬쳐홀릭 제공

지난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개막한 <태권, 날아올라>(8월27일까지)는 한국체육고등학교 태권도 유망주들의 성장기를 담은 가족 뮤지컬이다. 태권도 선수들 이야기인 만큼 겨루기, 품새, 격파 등 다양한 태권도 장면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특히 공연의 절정에 해당하는 태권도 최강 페스티벌의 ‘슈퍼 태권무’ 장면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한편의 종합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공연 한번 할 때마다 무려 180장의 송판을 격파한다고 한다.

배우들은 이런 장면을 만들기 위해 피땀 흘리며 훈련했다. <그날들>에선 뮤지컬 앙상블 배우들이 서 무술감독의 지도 아래 집중 훈련을 받았다. 서 무술감독은 “헬기 래펠을 탈 배우들을 선발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 무술 훈련을 진행하면서 특히 겁이 없어 보이는 이들을 선별한 뒤 ‘놀이기구 타는 거랑 비슷하다’고 설득해 헬기 래펠 훈련을 다섯차례 한다. 처음엔 무서워서 벌벌 떨던 이들이 나중에 무대에서 래펠을 타고 능숙하게 내려오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그날들> 장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권, 날아올라>에는 11명의 뮤지컬 배우와 14명의 태권도시범단 선수들이 함께한다. 태권도 퍼포먼스를 더욱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초연 당시 5명이었던 선수 출신 배우들을 이번에 크게 늘렸다. 태권도부 주장 이솔 역을 맡은 엄지민은 2021년 미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결승까지 진출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 출신이다. 김동진 퍼포먼스 감독은 “누가 선수 출신이고 누가 전문 뮤지컬 배우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격차를 좁히고자 발차기를 3천번 이상 하고 고문에 가까운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공연에서 뮤지컬 배우가 거의 선수처럼 태권도 동작을 하는 걸 보니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장면. 라이브·컬쳐홀릭 제공

액션 강도가 높아질수록 부상 위험도 따를 터. <그날들> 배우들은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인대나 관절에 작은 부상을 입거나 타박상을 입는 일이 부지기수다. 서 무술감독은 “연습실에 가면 항상 파스 냄새가 진동한다. 액션 장면을 짤 때 배우 보호 차원에서 안전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태권, 날아올라> 제작진도 배우들 부상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전문가를 초빙해 근육 마사지, 테이핑 등을 국가대표 선수 수준으로 하고, 공연장 무대 바닥에 15~20㎝ 두께의 매트를 깐다. 그런데도 배우 하나가 어깨 부상을 당해 한동안 쉬고 다음달 합류할 예정이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장면. 라이브·컬쳐홀릭 제공

영화에서는 무술감독이 일반화됐지만 뮤지컬에서 무술감독을 두는 사례는 흔치 않다. 서 무술감독은 영화 쪽은 물론 연극·뮤지컬 분야에서도 10년간 활동해왔다. 그는 “영화와 달리 매번 라이브로 해야 하는 공연의 액션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관객에게 바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하는구나’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는 공연에 특화된 무술감독이 많지만, 국내 공연계에는 전문 무술감독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은 ‘뮤지컬에도 무술감독이 참여하니 확실히 완성도가 좋아지는구나’ 하고 인정받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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