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듯 쏟아지는 땀… 일상생활 불편함 있다면 치료받아야

정진수 2023. 7.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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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있으면 가능성 높은 액취증·다한증
‘액취증’ 연관 아포크린샘은 점도 높아
단백질·암모니아 등 섞여있어 끈적끈적
피부 안의 세균이 땀 분해하며 암내 발생
병원 방문 액취증 환자 59%는 10∼20대
‘다한증’ 에크린샘의 땀은 대부분 수분
사회생활 어려움… 대인기피증 생기기도
약물 치료해도 증상 심하면 수술이 대안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온도와 습도가 동시에 상승해 많은 사람이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상황이 유난히 더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다한증(多汗症)과 액취증(腋臭症) 환자들이다. 다한증은 말 그대로 땀이 많이 나는 질환을, 액취증은 흔히 ‘암내’라고 부르는 겨드랑이 냄새가 많이 나는 질환을 이른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땀 분비와 증발을 통해 몸의 열기를 식히며 체온을 조절한다. 땀을 흘리는 것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이지만, 과하면 질병이 된다.
극심한 통증이 있거나 생사를 가르는 질환은 아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고통은 상당히 크다. 인터넷에서는 “길에서 누군가 쳐다보기만 해도 겨드랑이부터 확인하게 된다”, “수시로 냄새를 킁킁 맡아보는 게 습관이 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셔츠 겨드랑이 ‘누런 자국’ 남기는 액취증

사람의 몸에는 약 400만개의 땀샘이 있다. 땀샘의 종류는 크게 액취증과 연결된 아포크린샘과 다한증과 연관된 에크린샘으로 나뉜다.

노원을지대병원 성형외과 민경희 교수는 “아포크린샘은 피하지방층에, 에크린샘은 진피층에 위치한다.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점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며 성분은 단백질, 당질, 암모니아, 지질(중성지방·콜레스테롤 등), 철분 등이 섞여 있어서 끈적끈적하다”며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된 땀은 분비 당시에는 무균성이고 냄새도 없지만 피부에 상주하고 있는 세균이 땀을 분해하면서 지방산과 암모니아가 생겨 특징적인 암내를 발생하게 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반면 에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대부분이 수분이고 나머지는 나트륨, 칼륨, 염화물, 요소, 인, 철분 등으로 투명해 냄새가 거의 없다.
그래서 액취증은 아포크린샘이 커지고 땀 분비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사춘기 이후부터 발생한다. 사춘기 이전이나 노인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액취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59%가 10∼20대 환자였다. 또 가족 중 액취증이 있다면 액취증 가능성은 커진다.

민경희 교수는 “부모 중 한 명만 액취증이 있어도 자녀에게 액취증이 생길 확률이 50% 정도 된다”며 “액취증 환자의 20% 정도는 가족력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액취증이라면 자주 씻고 살균작용이 있는 약용비누를 사용하거나 연고를 바르는 것이 도움된다. 여름철에는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파우더 등을 뿌려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겨드랑이털이 많을수록 냄새가 심해지기 때문에 제모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구 제모술을 받으면 모근뿐 아니라 모근 주위의 아포크린선까지 파괴할 수 있어 액취증 냄새 치료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 이런 방법이 소용이 없을 경우에는 피하절제술과 지방흡인술 등 수술을 통해 아포크린샘을 제거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빨간색만 봐도 땀을 ‘뻘뻘’ 다한증

냄새는 없지만 손발이나 겨드랑이 등이 축축하게 젖는 다한증 환자에게도 여름은 괴로운 계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소·전신·상세불명의 다한증으로 지난 3년간 7월에만 6434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이는 12월 2473명에 비해 2.6배나 많은 수치다.

다한증은 땀 분비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자율신경계의 과반응에 의해 과다한 땀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한증의 가족력은 25∼5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다한증은 △6개월 이상 특정 부위의 과도한 땀 분비 △일주일에 1회 이상 과도한 분비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도의 땀 분비 △발병 시점이 25세 미만일 때 △가족력이 있는 경우 △수면 중에는 땀 분비가 없는 경우 등 6가지 중 2개 이상에 해당할 때 의심할 수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흉부외과 박만실 교수는 “다한증은 전체 인구의 0.4~4.6% 정도에서 발생한다”며 “땀의 양을 재 다한증을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면 다한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한증 환자는 다른 사람 손을 잡거나, 긴장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나, 매운 것을 먹을 때면 땀을 심하게 흘린다. 심한 경우 빨간색만 봐도 땀을 흘리기도 한다. 이렇게 과도한 땀을 갑자기, 자주 흘리다 보니 사회생활과 직장 생활에 어려움이 크다. 심하면 대인 기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다한증이 손발, 겨드랑이 등에 국소적으로 나타나면 발한억제제 도포, 이온영동치료, 보톡스 등을 통해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전신 다한증의 경우라면 약물 복용이 방법이다. 국소적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는 교감신경 절제술이 대안으로 남는다. 다만 교감신경 절제술은 수술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기존 부위 외에 다른 곳에서 다한증이 생기는 ‘보상성 다한증’이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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