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김영훈 “불륜남 이태호로 욕 먹었지만 희열 있었다” [MK★인터뷰]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벽 동화된 얼굴로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김영훈이 이번엔 ‘불륜남’으로 존재감을 제대로 빛냈다.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에서 애처가가 아닌 ‘불륜남’이었던 반전을 선사했던 배우 김영훈은 여성들에게 숨 쉬듯 플러팅을 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바람기 가득한 언행으로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몸에 샀다.
드라마 ‘종이달’에 태민 역으로 특별 출연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데 이어, ‘행복배틀’에서는 분노를 유발했던 그는 이제 ENA 새 수목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 중이다.
#. ‘행복배틀’ 종영 소감은?
다른 드라마보다 촬영 기간이 길었다. 촬영 회차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회차가 많았다.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다가 보내려고 하니까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뭔가 더 여운이 남는 거 같다. 여운이 길게 갈 것 같다.
#. 극중 여자를 좋아해 숨 쉬듯 플러팅을 하는, 모름지기 남자라면 바람 정도야 피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나영의 남편 이태호 역을 맡았다. ‘이태호’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는지?
이태호의 직업은 변호사였다. 태호는 숨 쉬듯 플러팅할 수 있는 외모와 말빨과 모든 걸 갖춘 남자이겠구나 싶었다. 감독님께선 변호사이기 때문에 좀 더 말하는 표현 같은 점에 있어서 좀 더 확실하고 분명하게 모든 것을 하길 원하셨다. 감정도 확실하게 표현하는 걸 원하셨다. 그래서인지, 플러팅 하는 그런 장면에서는 아무런 제지가 없으셨다.
#. ‘행복배틀’ 김윤철 감독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감독님은 무엇이든 꼼꼼하게 하시는 스타일이다. 장소나 이런 것도 그렇고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과 달라지면 변경되기도 하고 연출적인 면에서도 섬세하시다. 상황의 느낌을 맞게끔 원하시고 디테일하시기 때문에 촬영 회차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씬, 한 씬에 공을 많이 들이는 스타일이다.
처음에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행복을 배틀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내용을 보니까 SNS를 통해서 젊은 엄마들이 서로에게 자기 이야기를 올리고 부를 과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우리도 SNS에 항상 행복해하는 걸 올리지 않나. 이게 제 주위에 SNS를 하는 분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이건 우리 대중에게 공감이 많이 갈 수 있는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동인데 이걸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만든다고 하니 현실이 많이 반영된 드라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태호라는 역할을 했을 때는 ‘욕을 많이 먹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는 드라마 안에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려면 나쁜놈도 필요하니까 욕을 많이 먹겠지만 드라마를 재밌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제 또래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고 또래들과 함께 하다보니 재밌더라. 관심사들도 비슷하고 지금 사는 이야기도 하다 보면 재밌고 해서 배우들끼리 많이 친해진 것 같다. 함께 한 여배우들이 의외로 털털했다.
#. ‘욕을 많이 먹겠다’는 생각을 하고 임했지만 이태호의 언행이 시청자들을 자극한 장면도 많았다.
당연히 욕을 먹을 걸 알면서도 욕을 먹어야 하는 행동을 하고 있고, ‘이태호 이 자식은 왜 이렇게까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태호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미묘한 거지만 표현했던 것들이 전해질 때는 배우로서는 희열도 있고 기분도 좋다.
#. 연기하면서 ‘아 이태호, 이건 진짜 너무 하네’ 싶은 장면도 있었나.
아내가 입원을 했을 때 내연녀와 또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자기는 딸을 챙긴다는 표현을 하면서 그런 사심을 채우지 않나. 그 장면을 보면서 이건 정말 못됐다 싶었다. 그 장면은 찍기 싫은 장면이기도 했다. 내가 만약 아내인데 내 남편이 저러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제 역할의 결말은 제가 마음에 드는 결말로 끝이 나서 좋다. 이태호가 아내한테 정말 큰 잘못을 한 사람이지 않나. 많은 상처와 아픔을 줬는데 나중에 결국 설정이 진짜 의도치 않게 둘째 임신하게 된 상황이 온다. 의도하지 않게 아이가 생겼고 한가정을 이루면서 평생 다시 잘해야겠다는 사는 결말이었다면 속상했을 것 같다. 욕먹을 짓을 하면서도 용서받을 수 있구나 했을 텐데 그렇게 끝나지 않아서 되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 극중 이태호는 남편으로서 0점짜리 남편이다. 실제 ‘배우 김영훈’은 어떤 남편일까?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무뚝뚝한 남편이다. 제가 평상시에는 밖에 나가서 말도 해야 하고 그런데, 집에 있을 때는 표현을 잘 안 한다. 감정표현을 확실하게 하고 그렇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재밌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 ‘행복배틀’은 배우 김영훈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 될까.
욕을 많이 먹는 캐릭터여서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행복배틀’이라는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음 기회에는 스트레스와 화를 유발하지 않는 행복과 감동까지 아니더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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