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진짜 '펫 프렌들리' 보여줄개…켄싱턴리조트 충주
펫 프렌들리 앞세운 리뉴얼로 인기
식음시설 부족한 점은 아쉬워
이른바 '1000만 반려동물 시대'라지만 애견인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갈 곳 없는' 나라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펫 프렌들리'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숙소다. 잠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많이 늘었다. 반려견을 풀어놓을 수 있는 야외 공간을 갖춘 곳 위주다.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도 '반려견 동반'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호텔이나 펜션 등 숙소는 사정이 다르다. 반려동물이 함께 하면 사업자가 신경쓸 것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동반 숙소는 대체로 소규모다. 그런 만큼 예약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펫 룸'을 운영하는 대형 리조트는 애견인들에게 축복이다. 객실 수가 많아 예약이 어렵지 않고 각종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어 소규모 애견펜션보다 편의성도 높다. 객실 등급이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애견인의 성지가 될 만하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켄싱턴 리조트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반려동물용 시설을 갖춘 '펫 리조트'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난 14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켄싱턴 리조트 충주에 방문해 '펫 리조트'의 AtoZ를 훑어 봤다.
원룸부터 잔디밭 딸린 집까지
소규모 펜션과 다른, 펫 리조트의 최대 장점은 룸 구성이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펜션과 달리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다양한 구성의 룸을 선택할 수 있다. 켄싱턴 충주도 원룸형 펫 룸인 '스튜디오 펫'부터 프라이빗 잔디밭이 딸린 '프라이빗 로열스위트 펫'까지 6가지 등급의 펫 룸을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펫 룸의 경우 10만원대로 예약이 가능하며(8월 주말 기준) 개별 잔디밭과 바비큐가 배정되는 프라이빗 로열스위트 펫 룸은 30만원대다. 모든 룸 투숙객은 리조트 1층(중소형견용)과 지하 1층(대형견용)의 공용 잔디밭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애견펜션의 주말 1박 숙박 비용이 20만원대 이상임을 고려하면 '가성비 리조트'다.
접근성도 좋다. 수도권에서 출발해 차가 막히지 않으면 1시간~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반려견들이 대체로 차를 타고 오래 이동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높은 접근성은 큰 장점이 된다.
대형 리조트 체인답게 직원들의 반려동물 응대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소형견,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반려견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 객실과 로비에 반려견이 이용할 수 있는 '개모차'를 비치해 둔 것도 세심한 부분이다.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1층 로비의 '애슐리 투 고'에서는 '멍푸치노'와 '멍스크림' 등 반려견용 간식을 함께 판매하고 이밖에도 다양한 간식과 의류 등을 갖춰 여행 중 미처 챙기지 못한 물품들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있을 건 다 있다
켄싱턴 충주는 1997년 준공한, 다소 연식이 있는 리조트다. 펫 리조트화하며 주요 객실을 리뉴얼했지만 갓 지은 호텔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펫 프렌들리'는 이를 사소한 단점으로 만들어 준다.
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닥에 반려견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코팅이 돼 있었다는 점이다. 반려견, 특히 소형견의 건강에 치명적인 미끄러운 바닥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소파 역시 혹시라도 반려견이 배변을 할 것을 대비한 방수 재질의 소파였다. 식사 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높은 반려견 식탁이 따로 구비돼 있는 것도 좋았다. 프라이빗 잔디밭이 있는 룸이 아니더라도 발코니 공간에는 인조잔디를 깔아 반려견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로비 앞의 대형 잔디밭은 켄싱턴 충주에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도심에선 찾기 어려운 드넓은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반려견을 보면 그냥 '잘 왔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잔디밭 옆으로는 바비큐장을 배치해 반려견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비가 올 경우엔 실내 바비큐장과 실내 운동장도 준비돼 있다.
그래도 '이건' 있어야죠
장점만 나열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투숙객들을 당황케 하는 단점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정도 규모의 리조트에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투숙객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바비큐 세트를 구입해 바비큐를 해 먹거나 로비의 애슐리 투 고에서 치킨, 파스타 등을 주문하거나 지하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상 바비큐 추가 주문이 강제되는 셈이다.
이랜드가 애슐리, 피자몰, 자연별곡 등 다수의 식음 브랜드를 보유한 그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켄싱턴 충주가 아직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만큼 추후 규모 있는 레스토랑이 입점할 필요가 있다.
지하 1, 2층 주차장에서는 계단을 통하지 않으면 로비나 객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연식이 오래된 리조트의 특성이지만 짐이 많고 반려견까지 동반하는 입장에서 좁은 계단을 여러 번 올라야 하는 건 아쉬운 점이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