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올 가을 레미콘 대란 또 올 수 있어"
[편집자주]1년 반째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국내 건설업계를 패닉에 빠뜨렸다. 국제 유연탄 가격 불안에서 촉발된 시멘트 가격 상승과 레미콘 부족 사태가 공사비 폭등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부담하는 아파트 분양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기세다. 하지만 정작 가격 인상의 당사자로 지목된 시멘트업체들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은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가격 상승분을 자체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수요자인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시멘트업체들이 판관비 증가 등 경영 비효율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자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1) 시멘트값 상승과 분양가 인상의 '불편한 관계 진실'
(2) "우리도 돈 못 벌었어" 시멘트-레미콘 업계 으르렁
(3) 건설업계 "올 가을 레미콘 대란 또 올 수 있어"
#. 2021년 분양을 완료하고 내년 1월 준공과 함께 입주 예정인 수도권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 지난 4월 이 현장에선 레미콘의 공급계획 대비 입고물량이 42.6%에 그쳤다. 첫 주에 레미콘 870㎥(루베)가 사용돼야 했으나 17.2% 수준인 150㎥가 입고됐다. 레미콘 트럭 한 대 분량이 6㎥임을 감안하면 145대 분이 필요했지만 실제 입고량은 25대 분에 불과한 셈이다. 2~4주차에도 레미콘이 계획 대비 입고량은 30~70%에 불과했다. 한 달 동안 현장에 필요한 레미콘은 2960㎥(493대 분량)였지만 실제 1260㎥(210대 분량)만 입고됐다. 해당 현장의 시공사는 올해 다른 사업장에서 같은 문제로 공사가 미뤄져 입주 지연 사태를 맞았고 입주 예정자들한테 지체상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시멘트 가격 상승과 함께 운반비 증가 등으로 야기된 공사현장 레미콘 수급 문제가 건설업체 피해는 물론 분양가 상승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분양가상한제가 완화되고 각종 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향후 3.3㎡(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대로 치솟으며 분양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시공능력평가 30위권 건설업체의 수도권 154개 현장에 대해 레미콘 부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3월 이후 98곳(63.6%)이 공급 차질로 인한 공정 중단과 지연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공사 현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인근 공공주택 공사 현장 두 곳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시멘트 출하 감소, 레미콘 수급 지연으로 각각 18일, 64일 동안 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입주가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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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레미콘 운반수단은 콘크리트 믹서트럭이 유일해 운송 독점 구조를 갖고 있다. 대체 운송수단이 없다 보니 부족 사태 발생 시엔 출하가 불가하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콘크리트 믹서트럭의 레미콘 적재 용량도 늘릴 수 없다. 최근 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관수 현장의 타격이 가장 커 만약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3기 신도시는 물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현장도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다.
한 발주처 관계자는 "공공공사 자재는 조달청을 통해 공급받는 관수 형태여서 발주처가 레미콘사를 선택할 수 없고 수급 문제뿐 아니라 품질 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인천 검단 아파트 부실시공 사고에서도 불량 레미콘이 일부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시멘트업체는 대형 설비가 필요해 대기업이 운영 독점권을 가진 반면 레미콘의 경우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소수의 대형업체와 다수의 중소업체가 난립하는 문제도 장기간 지적돼왔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업체는 그 수가 1000개에 이르는 지역형 산업이고 지역 공사 상황에 따라 제조 후 재고가 발생하는 경우 중소업체의 대응 유동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떨어진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운반수단 증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의 성수기, 비수기 수요를 고려해 레미콘 차주(기사)의 근무시간을 유연화하는 등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레미콘업계는 2022년 레미콘 출하량과 일 출하 수 등을 고려할 경우 1700대 수준의 믹서트럭 증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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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멘트 가격 인상 이유가 친환경 설비 투자비와 전기료 상승인데 전기요금 상승분이 유연탄 가격 하락으로 상쇄됐고 친환경 설비는 경영상 감가상각 자산이어서 수십 년 사용하는 장기 설비의 비용을 즉각 가격에 반영한 것은 수요자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업계는 2021년 6월 이후 네 번째 인상을 단행, 시멘트 가격이 2년 새 60~70% 폭등했다.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수준으로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h)당 40.4원(40%) 올랐고 유연탄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55% 이상 하락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현장 가동률이 내리고 있어 시멘트 생산정책에 따라 재고가 확보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양대 시멘트사가 생산량을 조절하면 올 하반기에도 공급불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월16일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중재에 나서면서 동시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당시 원 장관은 "업계 간 갈등이 공사비 분쟁과 공사 지연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격 협상에 적극 소통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를 설립해 조정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레미콘 수급조절위원회에서 신규 면허 등록 허가의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5월 레미콘 수급대책과 관련해 "신규 진입을 차단하는 카르텔을 깬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경기 상황에 따라서 레미콘 수급 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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