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돈 못 벌었어" 시멘트-레미콘 업계 으르렁

김노향 기자 2023. 7. 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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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인상의 숨은 조력자-(2)] 14년째 면허 제한에 '갑' 된 레미콘

[편집자주]1년 반째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국내 건설업계를 패닉에 빠뜨렸다. 국제 유연탄 가격 불안에서 촉발된 시멘트 가격 상승과 레미콘 부족 사태가 공사비 폭등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부담하는 아파트 분양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기세다. 하지만 정작 가격 인상의 당사자로 지목된 시멘트업체들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은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가격 상승분을 자체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수요자인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시멘트업체들이 판관비 증가 등 경영 비효율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자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 소재한 한 레미콘 공장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시멘트값 상승과 분양가 인상의 '불편한 관계 진실'
(2) "우리도 돈 못 벌었어" 시멘트-레미콘 업계 으르렁
(3) 건설업계 "올 가을 레미콘 대란 또 올 수 있어"

지난 4월 시공 과정에서 주차장 일부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광역시 검단 아파트. 5500억원대로 추정되는 전체 재시공 비용의 손실을 발생시킨 이 사고의 원인으로 설계와 감리, 시공 하자 등이 지목된 가운데 콘크리트 품질 문제가 발견됐다. 해당 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주택 공사였다. 공공공사 자재는 조달청이 공급하고 발주사가 선택할 수 없어 레미콘 등 자재업계에 대한 시공사와 발주사 모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멘트 가격 폭등으로 수요자인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시멘트 업체를 상대로 담함 의혹마저 제기하며 대립했다. 하지만 정작 시멘트 1·2위 업체는 1분기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오히려 레미콘 가격은 물론 아파트 분양가의 폭리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시멘트 매출 대비 원가 '93%'… 공사비 폭등 수혜자는


레미콘 업계 1·2위인 유진기업과 삼표산업은 지난해 나란히 3.8%의 영업이익률(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유진기업의 경우 올 1분기엔 영업이익률이 4.6%로 나타났다. 시멘트 업계 양대 회사인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올 1분기에 각각 -53억2779만원, -85억9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6%, 19.1% 성장했음에도 적자를 낸 것이다. 두 회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는 쌍용C&E는 92.7%, 성신양회 90.1%로 각각 90%대를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의 원가율은 83~88%대를 기록했다.

쌍용C&E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석회석의 톤(t)당 가격은 2022년 말 8168원에서 2023년 3월 9497원으로, 슬래그는 2만2160원에서 2만3501원으로, 규석은 1만3866원에서 1만4083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시멘트업체들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실적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시멘트업계 실적 감소에 대해 건설업계는 원가구조가 아닌 경영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7개 시멘트사 중 5개사는 실적이 좋았고 2대 대형업체만 적자를 냈다"면서 "원가율 상승에 취약한 중소형사가 영업이익을 내고 대형사가 영업손실인 것은 판관비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미콘사의 경우 자재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폭리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관련 업계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쌍용C&E의 판관비는 올 1분기 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했다. 성신양회도 같은 기간 판관비가 15.8% 늘어 344억원으로 나타났다. 판관비 세부 내역을 보면 쌍용C&E는 복리후생비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 59억원을 썼고 수선비(95.7%) 운반비(38.5%) 접대비(21.6%) 광고선전비(30.5%) 임차료(16.2%) 등이 증가했다.

성신양회는 운임비가 178억원으로 16.8% 올랐고 대손상각비(채권 손실 상각)를 6억원에서 18억원으로 3배 늘려 반영했다. 임차료(117.4%) 교통비(96.6%) 접대비(24.9%) 등도 증가했다.

경쟁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한일시멘트는 올 1분기 영업이익 273억2440만원을 기록했고 원가율은 지난해 87.5%에서 올해 81.0%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아세아시멘트와 삼표시멘트의 영업이익도 각각 327.5%, 185.5% 증가했다. 아세아시멘트와 삼표시멘트의 원가율은 84.9%→83.0%, 89.4%→88.3% 등으로 각각 낮아졌다.

시멘트-레미콘 업체들은 수익성 감소의 원인을 상대 업계의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쌍용C&E 관계자는 "(대형사의)적자 원인을 경영 잘못으로 주장하는데 대형사의 공통점은 시멘트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는데 비해 다른 업체들은 다른 사업 중심이어서 시멘트 사업만 놓고 보면 어려운 상황이 맞다"고 반박했다.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3~4%대 영업이익률이 적자 회사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겠으나 건자재 등 업종별 매출이 서로 달라 별도 기준으로 하면 영업이익률은 2%대"라며 "1분기와 3분기는 계절 특성상 공사가 늘어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장마철인 2분기와 겨울인 4분기엔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레미콘 카르텔, 올해 마지막 될까


LH는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일부 원인도 관급 자재의 품질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붕괴 구간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의 70.3%로 법정기준(85.0%)보다 낮았다. 인천 검단 아파트는 지난해 3∼5월 시멘트 대란 당시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다가 콘크리트 강도를 약화시키는 장마철에 이르러 공급이 재개됐다. 물량 부족으로 혼합 타설됐고 콘크리트 강도 저하, 균열 등 하자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문제는 이곳만이 아니다. LH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전국 143개 현장의 레미콘 공급이 지연되고 있었다.

레미콘 업계는 수급 대란의 원인을 운송사업자(기사)의 카르텔 구조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레미콘 공장 수는 정부가 신규 면허를 제한한 2009년 893개에서 지난해 1085개로 21.5% 증가했다. 출하량은 같은 기간 1억2376만㎥(루베)에서 1억4082만㎥로 13.8% 증가했다. 하지만 공장당 차량 계약 수는 평균 23.5대에서 20.0대로 감소했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레미콘 업체 954개 중 19개사(2.0%)가 중견기업, 213개사(22.3%) 중기업, 722개사(75.7%) 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유진기업과 삼표산업이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 16.8%를 차지했다. 콘크리트 믹서트럭을 자체 운행할 경우 새 차 기준 1억6000만원가량의 차량 구매비뿐 아니라 관리 인력이 필요해 중소업체 입장에서 관리가 쉽지 않고 최근에 운송비 인상 등으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돼 증차가 불가하다고 레미콘 업계는 설명했다. 2020~2022년 중소레미콘업체의 폐업은 14건, 매각도 41건 발생했다.

일각에선 레미콘사가 자체 차량을 구매해 레미콘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보유한 차량이 있어도 운행을 위해선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운송 차량 증가는 기사들의 회전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사업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라고 귀띔했다.

2009~2022년 수도권 기준 레미콘 가격은 43%, 운반비는 110% 인상됐지만 지난해 10월 서울 사대문 내 레미콘 차주들의 운송비 인상 요구와 운행 거부에 이어 12월 화물연대 파업에 이르기까지 레미콘사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업체들은 주장했다.

오전 8시~오후 5시 운송 근무와 토요 휴무제 시행에 따른 노동량 감소로 이익이 줄어 운송단가를 올리려는 차주들의 요구도 레미콘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콘크리트 믹서트럭 총량 제한으로 기존 사용자가 번호판을 반납해야 신규 차주가 진입할 수 있다 보니 번호판이 약 4000만~4500만원(2022년 기준)에 거래되는 문제점도 지목됐다. 이외에도 권리금 형태의 마당비를 관행에 따라 최대 2000만원 내고 영업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질됐다. 2018년 상반기까지 공무원이 번호판 입력 시 부정 등록이 가능해 이 같은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는 번호판 매매가 이뤄진 경우 회수가 불가해 차량 교체 시 말소를 의무화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2007년 '건설기계관리법'에 반영돼 2008년 1차 수급조절위원회 운영규정을 마련, 2009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유지되고 있다. 2년 주기로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심사를 진행한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12월 연구용역을 발주해 이달 수급조절 연장 여부와 제한 대상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2월로 미뤄졌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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