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기울었다… 코인시장, 견고해진 '업비트' 천하

서비스 경쟁력도 있지만 정부 출신 인사 영입해 규제 리스크 대응 '탁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무섭다. 코인 시장의 90%를 차지하면서 경쟁 거래소의 영향력이 미미해지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위상이 더욱 견고해졌다. 코인 시장 점유율 90%를 장악하면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 사용자 편의성과 저렴한 수수료가 강점인데 인터넷은행과 제휴를 발빠르게 맺고 과거 정부에서 몸담은 인사들을 영입해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된 것도 주효했다. 앞으로 업비트 독점 체제가 심화된다면 국내 코인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 사이트 코인게코의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시장 점유율을 보면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2위인 빗썸이 약 10%, 3위 코인원이 2% 남짓한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지난해 업비트를 제외한 타 거래소들 점유율이 30%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업비트 쏠림 현상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업비트는 낮은 거래 수수료와 사용자 편의성을 무기로 빗썸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 업비트 수수료율은 0.05%인 데 반해 빗썸은 일부 거래만 0.04%일 뿐 대부분 거래 시 수수료는 0.25%가 징수된다.

업비트가 2020년 가상자산거래소 최초로 인터넷은행(케이뱅크)과 실명계약 제휴를 맺고 신규 고객을 유치한 일도 한몫했다.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고객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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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최소화… 독과점 이슈 관리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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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뉴스1

점유율을 빠르게 늘린 업비트는 규제 리스크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수많은 코인을 상장시키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논의가 이뤄지자 무더기로 부실한 코인들을 정리했다.

독과점 이슈가 수면 위로 안 올라오는 배경도 업비트의 대외 협상 능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업계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할 만큼 독과점 시장에 대한 견제가 상당하지만 업비트는 독과점 이슈가 계속 회자돼 왔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씨는 "업비트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수많은 정부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다"며 "국회와 경찰, 검찰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전직자들을 끌어모으면 정치권 규제 동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과점 이슈가 힘을 얻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도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의 막강한 전관들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독과점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의 상장과 유통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쏠림 현상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B씨는 "상장을 원하는 코인들이 한 거래소만 찾게 되고 이는 해당 거래소의 힘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며 "시장이 한 거래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시장 교란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시장이 불황인 관계로 유동성이 떨어져 있어 거래량이 확보되는 업비트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비스 경쟁력도 월등한 만큼 투자자들이 이동할 여지도 적다는 분석이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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