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 최고 전설을 다투는 싱클레어와 마르타의 ‘마지막 승부’ 결말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조남제 2023. 7. 24.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싱클레어(오른쪽)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자 축구 으뜸의 레전드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2023 호주-뉴질랜드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7월 20일~8월 20일)은 그 결론이 도출될 ‘전설의 각축장’이다. ‘여제(女帝)’와 ‘아이콘(Icon)’의 한판 다툼으로 가려질, 세계 축구계의 시선을 사로잡을 결전장이다.

“세계 여자 축구 지존은 나다.”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축구 여제’ 크리스틴 싱클레어(캐나다·40)도, ‘여자 월드컵 아이콘’ 마르타(브라질·37)도 자신이 세계 최고의 여자 골잡이라고 자부한다.

두 월드 스타의 빼어난 골 사냥 솜씨는 객관적으로도 입증된다. 싱클레어는 A매치에서(190골), 마르타는 여자 월드컵에서(17골)에서 각각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월드컵 무대로 국한한다면, 분명 마르타가 훨씬 앞선다(17-10골). 지평을 A매치로 넓힌다면, 싱클레어가 압도한다(190-115골). 확연하게 구별되는 자신만의 영역을 쌓은 모양새다.

적어도 월드컵 마당이라면, 마르타 쪽으로 기울어진 균형추를 되돌리기란 어렵지 않나 보인다. 그렇다면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은 이미 판가름 난 전장 아닌가? 당연하게 대두될 법한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나름 뜻깊은 겨룸의 장이 존재한다. 무엇일까? 월드컵 본선 득점 기록을 계속 이을 수 있느냐에서도, 둘의 골 사냥은 대단한 관심거리다. 둘 모두 사이좋게 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 기록을 6대회로 늘릴지, 아니면 성공과 좌절의 희비쌍곡선을 그릴지, 이도 저도 아니고 모두 5연속에서 발걸음을 멈출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6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 기록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사

세계 최고 골잡이를 다투는 두 사람은 – 마르타, 싱클레어 – 눈에 띄는 공통점을 지녔다. 월드컵을 매개체로 갖는 공통 요소다.

첫째, 월드컵 데뷔 무대다. 둘 모두 2003 미국 대회 때 월드컵과 연(緣)을 맺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둘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골 수확을 올렸다. 각각 3골씩을 뽑아내어 나란히 득점 레이스 5위에 자리했다. 월드컵 초보 골잡이로선, 비교적 준수한 작황이었다.

[사진] 마르타(10번)ⓒ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르타는 한국을 발판 삼아 월드컵 득점사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룹 스테이지 첫판 한국전(3-0승)에서, 페널티킥 선제 결승골로 첫 작품을 내놓았다. 이어 조별 라운드 노르웨이전(4-1승)과 녹아웃 스테이지 첫판인 8강 스웨덴전(1-2패)에서, 한 골씩을 더했다.

싱클레어는 독일을 디딤돌로 월드컵 득점 포문을 열었다. 조별 라운드 독일전에서 선제골을 잡아냈다. 비록 캐나다가 1-4로 역전패해 빛이 바래긴 했어도, 싱클레어로선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는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이어 조별 라운드 일본전(3-1승)과 3·4위 미국전(1-3패)에서, 한 골씩을 보탰다.

둘째, 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이다. 2003 미국 대회부터 2019 프랑스 대회까지 둘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다섯 번 모두 본선 무대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골을 터뜨렸다. 비록 한 골일망정 한 대회를 통째 헛농사로 날린 적은 없었다(표 참조).

확실히 월드컵 마당에선, 마르타가 싱클레어보다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겨 왔다. 일곱 걸음이나 멀찍이 앞서 있다. 페널티킥 득점(5골)을 빼더라도, 마르타가 두 걸음(13-10골) 앞선다.

첫 무대에선, 우열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무대인 2007 중국 월드컵에서 크게 벌어진 격차는 더는 좁혀지지 않았다. 아니 더욱 벌어졌다.

마르타는 중국 월드컵을 자신의 무대로 눈부시게 장식했다. 7골을 폭발하며 득점왕(골든슈)에 등극했을뿐더러 기세를 몰아 골든볼까지 휩쓸었다. 물론, 베스트 11(FW)에도 뽑혔다. 4년 뒤 2011 독일 대회에서, 4골로 실버슈를 받은 마르타가 자신의 시대를 연 서막을 중국 대회에서 올렸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드컵 무대 득점 경쟁을 대회별로 보면, 마르타가 3승 1무 1패로 우위에 있다. 2015 캐나다 월드컵에서, 싱클레어는 단 한 차례 더 나은 성적을 올렸을 뿐이다. 그룹 스테이지(중국전·1-0승)와 녹아웃 스테이지(8강 잉글랜드전·1-2패)에서 각각 1골씩을 뽑아낸 싱클레어(공동 12위)가 그룹 스테이지(한국전·2-0승)에서 한 골을 잡아내는 데 그친 마르타(공동 32위)를 제쳤다.

[사진] 나이지리아전서 페널티킥에 실패하는 싱클레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월드컵에서, 싱클레어는 6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의 신기원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조별 라운드 첫판인 나이지리아전(21일·0-0무)은 무척 아쉬운 한판으로 남을 듯싶다. 후반 초 자신이 얻어 낸 페널티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대기록 최초 수립의 영광을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다.

A매치와 월드컵에서 넘보기 힘든 전설을 그려 가는 싱클레어와 마르타의 ‘마지막 승부’가 될 듯싶은 이번 월드컵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6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 기록이 탄생할지, 그리고 누가 그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지 더욱 눈길이 가는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