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 종신도 ‘퇴출’…‘상생’ 금감원 관치에 생보사 ‘곤혹’

박재찬 기자 2023. 7. 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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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 외화, 체증형·단기납 종신까지 ‘히트상품’마다 규제
“금융당국, 보험사는 다양성·자율성…소비자는 선택권 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상생 금융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7.1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금융감독원이 상품 개선에 나서면서 단기납 종신보험이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히트상품’마다 번번이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생보사에 대한 금감원 규제의 핵심은 종신보험은 무조건 원금이 유지돼야 하는 것이고,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투자와 저축기능은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금감원의 지나친 관치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상품개발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으로 단기납 종신보험(무·저해지)을 지목하고, 상품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다음달 말까지 개선을 지시한 상품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포함해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3종이다. 이에 따라 납입만 완료하면 해지환급금에 유지보너스까지 지급되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20~30년에 달하는 기존의 종신보험과 달리 납입기간을 5~7년으로 줄이고 만기 보너스까지 더해 납입 보험료보다 107~111% 더 많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보험설계사들에 높은 시책(상품판매 수수료 외에도 별도의 성과수당)까지 내걸며 적극적인 판매에 나섰고, ‘은행보다 이율이 더 높은 종신보험’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과도한 장기유지보너스 지급을 제한하고 환급률만 강조해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납입완료시 환급률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납입 종료 후 지급되는 유지보너스 지급을 금지한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무·저해지보험의 상품구조를 이용해 개발된 상품이다. 보험상품은 이율, 사업비, 손해율, 해지율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개발되는데, 무·저해지보험은 그중 예상 해지율을 조정해 납입기간과 납입완료에 따라 해지환급금을 조정한 상품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무·저해지보험의 장기 해지율 통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산출시 자의적으로 높은 해지율을 적용했다고 지적하며, 향후 실제 해지율이 낮을 경우 보험금 지급이 예상보다 증가에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안에 감독규정 개정 등으로 추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결국, 무·저해지 상품구조도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짧은 데다 납입 완료 후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면 해지환급금이 더 쌓여 소비자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다”라며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보험사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면 문제가 없고 아직까지 문제가 생기지 않은 상품을 금감원이 규제하는 것은 한편으로 당국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잘 팔리는 생보사 상품마다 규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은 달러 등 외화를 기준으로 보험료 납입액, 보험금, 해지환급금을 산출하는 외화 종신보험에 대해 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보장성보험의 보장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달러 소득자’ 등에게만 판매를 제한하려 했지만, 보험업계의 여론을 수렴해 ‘판매규제’ 대신 ‘내부관리 강화’로 가닥을 잡았다. 또 체증형 종신보험에 대해서도 무·저해지 환급형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을 수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무·저해지보험, 단기납 종신보험, 체증형 종신보험, 외화보험까지 흥행한 생보사 상품들에 대해 번번이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자 생보사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감원의 최근 생보사 상품 규제는 종신보험은 무조건 원금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장에만 충실하고,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투자와 저축기능은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보험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상품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가 보험 상품의 다양성과 상품개발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상품개발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최근 재테크, 투자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도 원금 이상의 환급금을 원하는 추세다”라며 “소비자의 니즈와 판매자의 전략이 맞은 상품을 문제가 생기기도 전에 당국이 나서서 규제하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금융 산업에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나친 관치다”라고 지적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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