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삼총사’의 작가는 왜 음식에 푹 빠졌을까?
2023년 07월 24일ㆍ1582번째 편지
뇌졸중 후유증으로 숨지기 하루 전, "내가 죽고 나면 남는 게 있을까"라고 아들에게 한탄했지만, 150여 년 뒤 그 걱정이 불필요했음이 몽테크리스토 성의 정원에서 칼싸움하는 아이들을 바라 보면 알 수 있다. -《몽테크리스토 성의 뒤마》에서
몽테크리스토, 칼싸움 등의 단어를 보며, 영국의 문호 조지 버나드 쇼가 '예술의 정상'이라고 격찬했던,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 알렉상드르 뒤마가 떠오르지 않나요? 1802년 오늘(7월 24일), 그 뒤마가 프랑스 빌레르코르테에서 태어났습니다. 뒤마는 4살 때 나폴레옹 군대 퇴역 장군인 아버지가 병사해 집안이 기운 탓에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독서 덕분에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로 컸습니다.
뒤마는 성인이 돼 가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파리로 향합니다. 선친의 유명세에 힘입어, 나중에 왕좌에까지 오르는 오를레앙 공작의 필경사가 돼 끼니 걱정에서 벗어나 습작에 매달릴 수 있었고, 희곡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작가로서 이름을 떨칩니다. 당시 신문사들이 연재소설 경쟁을 벌이자 희곡보다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나중에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트 백작》 등 대작을 남깁니다.
뒤마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문호도 흉내낼 수 없는 대가였지요. 당시 파리의 의사가 "나는 수술 전에 뒤마의 신간 한 권을 환자에게 준다. 환부를 꿰매는 간단한 수술 정도라면 환자가 책을 다 읽을 즈음에는 마취할 필요도 없이 이미 수술은 끝나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서구에서는 뒤마를 '페이지 넘기게 하는 사람(Page Turner)'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의 주류사회에 편입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흑인 혼혈이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미국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지독한 인종주의자인 미국 남부의 농장주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프랑스를 동경하고 '삼총사'를 좋아해 노예의 이름까지 달타냥이라고 지었지만, 정작 뒤마가 흑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는 장면이 있지요?
뒤마는 '먹물 무리'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밤의 사교계에서는 슈퍼 스타였습니다. 밤마다 파티를 열었고, 사치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는 38세 때 배우와 정식 결혼하기 전에 40여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최소 4명의 사생아를 가졌습니다. 이 가운데 동명(同名)인 아들은 10세 때까지 거리에서 자라다가 고급 창녀와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로 부자가 의절하는 단계까지 갔다가 나중에 화해합니다. 그 아들은 《춘희》를 쓴 또 다른 대가로서, 아버지가 병마에 신음할 때 끝까지 그를 돌봅니다.
아버지 뒤마는 식도락가였고 대식가였습니다. 말년에 《요리대사전》을 펴낼 정도로 음식을 사랑했고, 많이 먹었습니다. 아들 뒤마가 "아버지는 밤중에 많이 먹고 소화불량증에 걸려 잠이 안오니까 밤마다 잠못이루고 글을 쓴다"고 할 정도였지요. 뒤마는 자신의 책들을 도서관에 제공하는 대신에 멜론을 요구할 정도로 멜론을 사랑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나폴리 빈민층인 라짜로니의 생활상과 함께 나폴리 피자를 기행문에 기록해 유럽 각지로 전파시키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런 식탐은 그를 비만으로 신음하게 만듭니다. 뒤마는 말년에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당뇨병성 망막변성으로 보입니다.
뒤마는 병세가 깊어지자 아들의 별장에서 머뭅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작품이 고전이 됐다"고 말하자, 뒤마는 "글을 쓰는 데 바빠서 정작 내 글을 읽어보지 못했다"고 한탄했습니다. 아들이 책을 갖다주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내가 봐도 명작인데, 결말을 볼 만큼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 합니다. 이 무렵 아들의 《춘희》를 읽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역사는 뒤마의 대작들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것은 아마 인종차별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산물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뒤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궁극의 좌절을 맛본 사람만이 궁극의 축복을 느낄 수 있다." 뒤마는 그 축복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는 점에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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