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아이들이 없어요" 韓 체육, 저출산에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

편집자 주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만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가 2017년부터 5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찍은 끝에 0.8명 밑으로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미 2020년 사망자(31만 명)가 출생자(27만 명)보다 많아지면서 나라 전체가 '인구 절벽'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스포츠를 할 아이들도 없어지고 있다. 이에 CBS노컷뉴스 체육팀은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속 기획 기사를 싣는다.

▶ 글 싣는 순서

①"운동할 아이들이 없어요" 韓 체육, 초저출산에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
②'금쪽같은 내 새끼' 초저출생에 韓 체육 학원 분위기까지 달라졌다
③"애들이 없으면 발굴해야죠" 악조건에도 생존 분투하는 韓 체육, 대안은 있을까
④韓 체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저출산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⑤'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위기의 韓 체육, 초저출생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스마트이미지

"운동할 아이들이 없어요."

최근 초등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입에서 한탄처럼 나오는 말이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명까지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산율 최하위. 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좌하향 그래프를 그리며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학교 운동부(학원 스포츠) 지도자들의 탄식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2021년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는 2만4595명이다. 남자 1만8276명, 여자 6319명이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는 1만9936명, 2023년(7월12일 기준)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는 1만7762명으로 줄었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7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출산율이 줄어드는 시점에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프로 스포츠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야구는 2021년 2111명에서 2023년 7월 1615명으로, 배구는 886명에서 707명으로 줄었다.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는 117개에서 94개, 배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는 65개에서 62개로 축소됐다. 농구는 641명에서 642명으로 1명 늘었지만 오히려 농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는 56개에서 55개로 감소했다.

축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찌감치 클럽 시스템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대한축구협회 등록 기준)는 2046명에서 1548명으로 줄었지만, 클럽 체제의 초등학교 선수는 6173명에서 6411명으로 늘었다. 다만 전체적인 규모는 분명 출산율 감소와 함께 줄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 지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등학교 축구부 지도자 역시 "선수단을 꾸리기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다수 학교에서 선수를 모집하는 클럽과 달리 학교 운동부는 재학생들로만 팀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인원을 채우기도 벅찬 학교들이 많다.

비인기 종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나마 올림픽 종목이라는 수영이 991명, 양궁은 748명, 체조는 489명, 탁구는 528명에 불과하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숫자가 줄어드는 마당에 초등학교 운동부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유도, 역도 등 다수의 종목은 중학교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등록 선수가 중학교 등록 선수에 비해 적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뿌리나 마찬가지인 초등학교 선수는 운동부를 운영하기 힘들 정도의 숫자다.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는 현상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린 상황이지만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에서는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가 9884명에서 6463명으로 줄었다. 나머지 지역의 경우 1만4711명에서 1만1303명으로 감소했다.

역설적으로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초등학생 선수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2022년 4만8349명(학교 운동부 포함)에서 5만777명으로 증가했다. 스포츠 클럽이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운동 선수로 키우겠다는 움직임이 아닌 진학을 위한 사교육 성격이 짙다. 실제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총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체육 사교육 총액이 2배 이상(2012년 1조957억 원, 2022년 2조6987억 원) 증가했다. 스포츠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 시작됐다는 점이다. 출산율 하락의 기점이 된 2015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22년 초등학생 숫자는 266만4278명이다. 올해는 258만3732명으로 줄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9년 초등학생 숫자는 170만5211명까지 줄어든다. 인구 자체가 줄어드니 스포츠 인구도 감소한다. "선수가 없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학원 스포츠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 체육의 위기다.

CBS노컷뉴스 김동욱 기자 gri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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