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절반 “여름휴가 패스”
무계획자 62% “경제적 사정”
비정규직일수록 기간도 짧아
한국 직장인 절반 이상은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은 여름휴가를 아예 포기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였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는 23일 이런 결과가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56.1%로 나타났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6.3%, ‘계획이 아예 없다(포기)’가 19.8%였다. 휴가 계획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5인 미만 민간 사업장(25.6%)이 300인 이상 민간 사업장(19.8%)보다 높았다. 또 월 임금 150만원 미만(25.5%)이 월 임금 500만원 이상(15.0%)보다 높았다. 열악한 사업장일수록 휴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는데 큰 기업도 온전히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직장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휴가를 갈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1.9%로 가장 높았다. ‘바쁜 업무로 휴가 사용 후 업무 과중이 걱정돼서’가 17.8%, ‘연차유급휴가가 없거나 부족해서’가 12.8%, ‘휴가를 사용할 경우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가 7.5%로 뒤를 이었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 직장인도 66.0%는 ‘5일 미만’으로 휴가를 썼다. 여름휴가가 1주일을 넘는 응답자는 10.0%에 그쳤다. 비정규직일수록, 급여가 낮거나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휴가 기간은 짧아졌다.
노동자의 권리인 휴가를 둘러싼 갑질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상반기 신원이 확인된 메일 제보 941건 중 10.9%인 103건이 휴가 관련 갑질 사례였다고 밝혔다.
휴가 기간을 회사가 미리 정해두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장인 A씨는 직장갑질119에 “회사에 ‘공통 휴가’라는 것이 있는데, 1년이 지나면 생성되는 15개 연차를 미리 당겨서 쓰는 거라고 한다”면서 “제가 정말 필요하고 원할 때는 못 쓰게 하는 연차를 회사가 필요할 때 억지로 쓰게 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고 했다. 휴가 기간에 일을 해야 하는 사례도 흔하다.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 논문을 보면 한국의 노동시간 선택권 수준은 1점 만점에 0.11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최하위였다. 한국보다 낮은 곳은 그리스(0.02점)와 체코(0.09점)뿐이었다.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 1위였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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