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정이 독 됐다?…승객 타자마자 배 '기우뚱' 848명 목숨 앗아갔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15년 7월 24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오대호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승객과 선원 약 2500여명을 태운 이스트랜드호가 침몰하면서 승객 844명과 선원 4명 등 총 848명의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이 중에는 가족 전원이 숨진 사례도 22건이나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회사 창립 5주년을 맞아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 회사 야유회에 가려던 웨스턴 전기회사의 직원들은, 승객이 모두 탑승하자마자 기울어진 배에서 끔찍한 사고를 겪고 말았다.
1902년 미시간주에서 만들어진 이스트랜드호는 당시 오대호에서 여객선 겸 화물선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1904년과 1906년, 1912년 세 차례에 걸쳐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스트랜드호 측은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대 승선 인원을 3000명에서 2570명으로 줄이는 등 노력했으나, 1912년 일어난 타이태닉호 침몰 사고로 인해 의도치 않은 위기를 맞게 됐다.
타이태닉호에 구명정이 모자라 승객이 살아남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여러 국가에서 가능한 한 많은 구명정을 설치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특히 미국에서는 최대 탑승 가능 승객의 75%가 구명정을 타고 탈출할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됐다.
이에 이스트랜드호에는 구명보트 11개와 개당 500㎏에 육박하는 구명정 37개가 설치됐고, 구명조끼도 승객 2570명이 모두 입을 수 있는 양이 구비됐다. 구명조끼가 개당 2.7㎏이었으니 구조 용품으로만 배에 5만3199㎏이 더해진 것이다.
더욱이 1914년 배 위쪽에 콘크리트 바닥을 만들면서 무게는 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더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1915년 7월 24일, 2573명의 승객이 이스트랜드호에 탑승했다.
승객들은 웨스턴 전기회사의 직원들로, 5주년 야유회를 갈 예정이었다. 이들은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 배에 탑승했다.
하지만 이는 이스트랜드호가 감당하기에 무리인 인원이었다. 순식간에 승객으로 가득 찬 배는 출발하자마자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때 배의 엔지니어 조셉 에릭슨이 배가 기운 것을 눈치채고 균형을 잡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배의 위쪽에 설치한 콘크리트 바닥이 균형을 무너뜨렸고, 구명정마저 배를 기울게 한 것이다.
오전 7시 24분, 엔진실 내로 물이 들어오는 등 배가 더 기울자 엔진실 직원들과 몇몇 승객들은 탈출을 시도했다. 물 깊이가 20m로 얕은 편이라 배가 완전히 침몰하진 않았으나 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선실 내 가구 및 물건들에 깔리면서 탈출에 실패했다.
결국 승객 844명과 선원 4명은 목숨을 잃었다. 가족 전원이 숨진 사례도 22건에 달했다. 승객 수 대비 부상자는 적었는데, 이는 배가 너무 빠르게 좌초해서 살거나 죽는 경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 후 약 7건의 소송이 제기됐으나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배가 기울어진 것을 제일 먼저 알아차렸던 조셉 에릭슨이 자연사했다.
그래서인지 당시엔 그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전가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배의 균형 문제가 조명돼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끔찍한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스트랜드호는 멀쩡하게 남았고, 이후 미 해군에게 팔린 뒤 수리를 거쳐 해군 윌멧함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했다.
참사 후 100년이 지난 2015년에는 시카고 지역의 한 대학원생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시카고 역사 연구를 위해 네덜란드의 아이 필름 인스티튜드(EYE Film Institude) 온라인 자료실에서 자료를 찾던 도중, 사고 당시를 촬영한 1분 5초 길이의 영상을 찾아 대중에 공개했다.
같은 해 7월 24일에는 참사 100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진행됐다. 이스트랜드호의 타륜은 현재 시카고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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