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고의4구? 내가 끝내줘야겠다" 다짐이 현실로…송성문이 찍은 '370분' 대혈투의 마침표 [MD부산]

2023. 7. 2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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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내가 끝내줘야겠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이날 경기는 '최악'에 가까웠다. 6회초 키움의 공격이 진행되던 중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면서 86분이나 경기가 중단됐고, 김선수 주심의 오락가락하는 볼 판정에 롯데 래리 서튼 감독과 '맏형' 이용규가 퇴장을 당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송성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송성문은 무려 370분의 혈투를 끝내는 주인공이었다. 송성문은 경기 초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는 1루수 땅볼, 3-0으로 앞선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부터 송성문의 방망이가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송성문은 3-4로 역전을 당한 5회초 1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의 세 번째 타석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쳐 팀에 동점을 안겼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86분의 기다림 끝에 경기가 속개된 7회 1사 1루에서 이날 첫 번째 안타를 터뜨리며 팀에 찬스를 안겼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후속타의 불발로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송성문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는 경기 후반에 찾아왔다. 송성문은 4-4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2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에서 롯데 '필승조' 최준용의 3구째 145km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 방면에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 안타는 8회말 롯데 전준우의 동점 투런홈런에 빛을 보지 못했다.

정규이닝 내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시작된 연장 10회초. 로니 도슨의 2루타와 이원석의 자동 고의4구로 만들어진 1, 2루 찬스에서 송성문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롯데 '장발클로저' 김원중의 초구 133km 포크볼을 공략해 다시 한번 좌중간 방면에 2루타를 터뜨렸고, 이는 키움이 7-6으로 승리하는 결승타로 연결됐다.

직전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가운데 이원석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의 승부는 어땠을까. 송성문은 "내 앞에 찬스가 많았기 때문에 간결한 스윙을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고, 팀도 이길 수 있었다. 솔직히 지거나 무승부였다면 다 의미가 없는 건데, 긴 시간 동안 선수들과 함께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송성문은 "(자동 고의4구가 나왔을 때) 솔직히 내 안에서 화가 났었다. 물론 내가 성적이 좋은 타자는 아니지만, 직전 타석에서 2타점을 올렸는데, 고의4구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끝내줘야겠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많이 발동됐던 것 같다"고 기뻐했다.

김원중과의 맞대결, 노림수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김원중을 상대로) 원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로 몰리면 몰릴수록 너무 힘든 투수라는 것을 많이 느껴서 직구든 변화구든 눈에 들어오는 것 같으면 일단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는데, 포크볼이 높게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무려 86분이나 경기가 지연될 정도로 힘겨운 경기였다. 송성문은 "허리가 너무 아프다. 내일은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우리 찬스였기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을 때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비가 계속 많이 오고, 땅이 많이 젖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라운드 정비를 열심히 해주셔서 오늘(23일)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키움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간판타자' 이정후가 22일 경기를 치르던 중 발목에 통증을 느껴 자진해서 교체를 요구했고, 23일 경기에 앞서 1군에서 말소됐다. 검진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1군에서 말소된 만큼 최소 열흘의 공백기를 갖게 됐다. 송성문은 "(이)정후의 검진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정후의 공백을 한 사람이 메울 수는 없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서 끈질기게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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