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유료화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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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완견 동호회 누리집에서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글을 읽었다.
'가정집에서 태어났고 족보가 있는 강아지니 식구로 생각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분이 키우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분양비는 꼭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분양비를 안 받으시면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데려갈 수 있어요."
그러면 초과수요가 생기고 실제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수요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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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받아야 알맞은 주인 찾아
‘0원’에 팔면 초과 수요 생기고
필요 없는 사람까지 경쟁 가세
‘알박기 텐트’도 그래서 발생해
값 매길 때 질서·효율 잘 작동
최근 애완견 동호회 누리집에서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글을 읽었다. ‘가정집에서 태어났고 족보가 있는 강아지니 식구로 생각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분이 키우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가격은 따로 받지 않는 듯했다. ‘좋은 마음으로 나눔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해당 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칭찬 일색의 댓글만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분양비는 꼭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분양비를 안 받으시면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데려갈 수 있어요.”
“무료 분양 절대 하지 마세요. 2년 후 돌려주신다든지 하는 방법으로라도 분양비를 받으세요.”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 두개를 인용했다. 무료로 나눠주는 것보다 가격을 받아야 정말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애완견이 간다는 말이다.
가격을 받지 않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0원의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면 초과수요가 생기고 실제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수요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강아지를 갖게 된 사람들은 아마 시장가격에 재판매해 이익을 얻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무료 나눔보다는 돈을 받는 것이 강아지의 행복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약간이라도 돈을 받는 것이 좋은 효과를 거두는 예는 주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대형 마트에서는 쇼핑카에 100원을 넣어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납 때 1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동전을 넣었다가 다시 돌려받으니 사실상 이용료는 없다. 이는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00원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반납 코너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게 만드는 힘이 바로 100원이다. 자신이 맡긴 100원을 챙겨가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질서를 유지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여름휴가철 유명 해수욕장들은 장기간 자리를 차지하는 ‘알박기 텐트’로 몸살을 앓는다. 휴양지 캠핑장 자리가 한정적이다보니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미리 텐트를 치고 알박기하는 얌체족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하지만 알박기는 공공장소를 사유화하는 것으로, 다중의 사람들이 이용해야 할 공간을 독점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민폐 사례다. 결국 도를 넘은 알박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제주시는 야영지를 유료화하기로 했다. 차에서 숙박하는 이른바 ‘차박족’이 점령한 제주 금능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 인근 공영주차장도 여름휴가철에는 돈을 받기로 했다.
유명 관광지를 무료로 운영하는 것은 반가운 정책이다. 하지만 무료화 편익이 알박기 같은 일부 민폐족에게만 가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일이다. 약간의 돈을 내더라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는 더 바람직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격을 받게 되면 초과수요가 줄어든다.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또 이용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면 이용시간을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이용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아울러 이용료를 받음으로써 부수적으로 캠핑장이나 주차장의 관리에 드는 비용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행히도 6월20일 해수욕장에 텐트나 캠핑시설을 무단으로 설치하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즉시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하는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행정지도와 단속으로 민폐가 사라지면 다행이겠지만, 가끔은 소액이라도 돈을 받는 것이 다수의 편익을 지키고 질서가 유지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때가 있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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