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하 칼럼] 식량위기는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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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과연 식량위기가 올 것인가? 이를 논하기 위해 우선 식량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식량위기는 곡물의 생산과 수급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러·우 전쟁 발발 후 곡물 가격이 올랐지만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고 전쟁이 끝나면 가격은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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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과연 식량위기가 올 것인가? 이를 논하기 위해 우선 식량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량은 크게 곡물, 육류, 낙농품, 과일·채소, 기타 작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영양분인 탄수화물은 곡물에서 제일 많이 얻는다. 단백질을 얻는 육류와 낙농품의 생산은 사료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 또한 곡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과일과 채소는 소비가 늘고 있지만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품목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식량위기는 곡물의 생산과 수급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세계 곡물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식습관 변화와 소득 성장으로 육류·낙농품 수요가 늘면서 사료 수요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6.7㎏이지만, 사료 곡물을 1인당 200㎏ 이상 수입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0%를 맴도는 것은 사료 곡물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이다.
공급은 어떠한가? 공급은 꾸준히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곡물 소비량은 10억t에서 20억t으로 두배가 늘었는데 생산 또한 두배로 증가했다. 놀라운 것은 경작면적은 거의 변함이 없었고 비료·농약 등 투입재 증가, 품종 개량, 농업기술 향상 등으로 생산성이 높아져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3년 현재 전세계 곡물 생산량은 28억t을 넘어섰고 수요는 매년 2∼3% 늘고 있지만 공급과 수요는 거의 균형을 이뤄 안정된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
가격은 어떠한가? 농산물은 단기간에 공급이 증가하기 어렵고 수요 또한 크게 변하지 않아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반대로 과잉되면 가격이 폭락한다. 지난 60년 동안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시기는 1973∼1974년 1차 석유파동 때다.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농산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2006∼2008년, 그리고 2022년 세번 정도 곡물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2006∼2008년에는 생산 감소, 바이오연료 생산, 투기자본 유입 등으로 가격이 올랐고 2022년은 러·우 전쟁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농산물의 실질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 1961년을 100으로 볼 때, 2023년 농산물의 실질가격은 120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농산물 실질가격은 1960년대의 80%에 불과했다. 러·우 전쟁 발발 후 곡물 가격이 올랐지만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고 전쟁이 끝나면 가격은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스마트농업 등으로 농업기술이 발전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구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도 2050년 이후 인구가 줄어 세계 인구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연재해·기후변화·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교역질서 등 변수가 있지만 길게 보면 식량위기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낮은 곡물자급률을 걱정하며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곡물자급률을 50%로 높이려면 농지를 2.5배로 늘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좁은 영토에 산지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경제발전에 따라 농지는 해마다 줄고 있다. 농산물 국제 가격에 단기적 등락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식량안보가 국가의 중요한 의제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곡물에 있어서는 수급동향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생산보다는 교역을 통해 최상의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배종하 전 유엔식량농업기구 베트남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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