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툴리눔 톡신' 체면 구긴 식약처 사면초가

최영찬 기자 2023. 7.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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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 7곳과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양도한 것이 불법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첫 번째 재판인 메디톡스와 1심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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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 7곳과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양도한 것이 불법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첫 번째 재판인 메디톡스와 1심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6일 피고 식약처가 원고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50·100·150·200단위, 코어톡스주100단위 등 5종에 대해 부과한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외무역법 등을 들어 국내 수출업자를 통해 국외로 공급·판매하는 간접수출 방식이 제도화됐다고 판단하고 간접수출을 수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는 간접수출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해 매년 '수출의 탑' 포상에 활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국내 수출업자(도매상)에게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넘긴 것을 간접수출이 아닌 국내 판매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국내서 수출업자에게 제품을 인도했으니 수출이 아닌 판매에 해당하는데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 판매하려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약사법에 따른 해당 품목허가의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출하승인이란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

대전지방법원 재판부가 이번 1심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식약처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휴젤·파마바이오리서치·제테마·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휴온스바이오파마가 각각 행정법원(1심)에 제기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과 제조·판매 중지 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식약처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메디톡스와 이들 6곳의 사건은 별개이지만 사실관계는 거의 유사해서다.

이들 사건을 다루는 행정법원이 대전지방법원의 메디톡스 1심 행정소송을 참고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은 14일 각각 대전지방법원에 문서송부촉탁서를 제출했다. 문서송부촉탁이란 문서를 보유한 사람에게 문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는 것으로 이때 받은 문서를 재판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휴젤·파마바이오리서치·제테마와 식약처가, 대구지방법원은 한국비엔씨와 식약처가 각각 1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곳이다.

식약처는 대전지방법원의 1심 행정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려면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하는데 피고 식약처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13일 판결서를 송달받았다. 오는 28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메디톡스와 1심 소송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자니 법원의 법리적 해석을 깰 논리가 필요하고 항소를 포기하자니 다른 6건의 재판에서도 사실상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상황. 식약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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