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예상대로 우파 승리할 듯…극우 연정 참여 여부 주목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7. 2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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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집권 사회민주당 제치고 1당 유력…과반에는 실패
스페인 총선이 열린 2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수도 마드리드에서 투표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중도 우파 국민당(PP)이 극우 성향의 복스(Vox)와 손을 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어 민주화 이후 최초로 극우 정당이 정권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전역에서 23일(현지시각)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수우파 국민당(PP)이 145~150석을 차지해 제 1당이 될 것이라는 투표 직전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집권당인 좌파 사회노동당(PSOE)는 112~11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당과 함께 연립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은 극우 복스(Vox) 당의 의석수는 24~31석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스페인 방송 RTVE가 여론조사업체 시그마도스와 함께 투표일 직전 일주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당이 145~150석, 사회노동당이 113~118석, 좌파연합 수마르(Sumar)가 28~31석, 극우 복스가 24~27석, 기타 32~34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다. 또다른 방송사 미디아세트가 여론조사업체 GAD3와 실시한 조사에선 국민당이 150석, 사회노동당이 112석, 복스가 31석, 수마르가 27석, 기타 30석으로 나왔다. 어느 쪽이든 현 집권 사회노동당이 패배하고, 국민당이 제1당이 되는 결과다.

국민당 입장에서는 4년여만의 설욕이다. 국민당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시절인 2011년 11월 7년여만에 사회노동당을 꺾고 승리해 8년 가까이 집권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총선에서 산체스 현 총리의 젊은 리더십을 내세운 사회노동당에 패배했다.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연정에 나선 사회노동당은 이후 신종 코로나 대응 실패와 물가 급등, 경제 악화 등으로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을 겪어 왔다. 결국 지난 5월 28일 전국 지방선거에서 참패, 12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5개월이나 앞당겨 치르게 됐다.

다만 국민당은 어느 쪽 시나리오에서도 과반 의석(176석)을 단독 확보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스페인 하원 의석은 총 350석이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면 국민당은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다른 정당들과 벌여야 한다. 엘파이스 등 스페인 매체들은 “국민당 입장에서는 극우 복스와 손잡는 것이 부담스럽겠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당과 복스가 손을 잡으면 과반 점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스는 이민자와 양성평등주의자, 카탈루냐·바스크 분리주의에 반대하는 정당이다. 또 스페인 순혈주의와 남성의 사회적 우위를 주장하며, 유럽연합(EU)에 비판적이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부정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75년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 이후 스페인은 극우세력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지역으로 간주됐으나, 복스가 이번 총선에서 유력한 ‘킹메이커’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복스의 예상 의석이 현재 의석(52석)보다 크게 줄어든 24~31석으로 예상되면서, 우파 연정 구성이 실패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양당의 의석수 합계가 과반에 못미치는 169석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엘파이스는 “이날 18시까지의 총선 투표율은 53.12%로, 56.85%였던 2019년 선거에 비해 거의 4%포인트 하락했다”며 “좌파 유권자들이 반(反)극우 결집에 나서면서 복스가 타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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