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작은 거인’ 브라이언 하먼 디 오픈 제패… 공동 2위 김주형 한국인 최고성적 새 역사
누구도 5타차 선두 브라이언 하먼(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간격은 6타차로 벌어졌다.
‘왼손잡이 골퍼’ 하먼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650만 달러) 을 제패하고 메이저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김주형은 공동 2위에 올라 한국인 디 오픈 최고성적의 역사를 썼다.
세계 26위 하먼은 24일 영국 잉글랜드 위럴의 로열 리버풀GC(파71·7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김주형과 존 람(스페인)을 비롯한 4명의 공동 2위(7언더파 277타)를 6타차로 제치고 순은제 주전자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와 상금 300만 달러(약 38억 6000만원)를 거머쥐었다.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몰아치고 중간합계 10언더파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에 5타차 선두로 나선 하먼은 3라운드에도 2위 캐머런 영(미국)과 5타 차를 유지했고 마지막날 타수를 더 벌리고 우승했다.
2014 존 디어 클래식(7월), 2017 웰스 파고 챔피언십(5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PGA 통산 3승이자 첫 메이저 우승이다. 2017년 US오픈 공동 2위, 지난해 디 오픈 공동 6위로 두 차례 메이저 톱10에 올랐던 그는 30번째 메이저 대회 도전에서 우승 퍼트를 넣은 뒤 모자를 벗고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캐디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왼손 골퍼가 우승한 것은 1963년 밥 찰스(뉴질랜드), 2013년 필 미컬슨(미국)에 이어 3번째다. 하먼은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을 오른손 위주로 쓰지만 골프만 유일하게 왼손으로 한다고 밝혔다.
하먼의 우승 원동력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빛을 발휘한 퍼트였다. 170㎝의 크지 않은 키에 이번 대회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83야드로 156명 중 126위일 정도로 비거리가 길지 않았지만 퍼트로 얻은 이득(퍼팅 스트로크 게인드)에서 +11.57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하먼은 2, 4번홀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6, 7번홀 연속 버디를 잡고 평정심을 찾았다. 13번홀(파3)에서 약 2m 짜리 파 퍼트를 실패하고 2위와 4타차로 쫓겼지만 14번홀(파4)에서 무려 1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갤러리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프 스트라카(오스트리아)가 앞 조에서 16번홀(파4) 버디를 넣고 간격을 좁혀왔지만 흔들리지 않았고, 이어 15번홀(파5)에서도 2.5m 버디를 잡고 5타차를 지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주형은 오른발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치는 놀라운 활약으로 최경주의 2007년 공동 8위를 넘어 한국선수 디 오픈 최고성적을 거뒀다. 준우승 상금은 108만 4625달러(약 14억원)다.
1라운드 종료 뒤 숙소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붓고 멍이 드는 악조건 속에서 김주형은 2라운드 이후 다리를 절룩이며 출전을 강행하는 투지를 보였고, 마침내 최고성적을 썼다. 한국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2위 이상 성적을 거둔 것은 2009년 PGA 챔피언십 양용은(우승), 2020년 마스터스 임성재(공동 2위) 이후 3번째다.
2014년 디 오픈 챔피언십, PGA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9년 만에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언더파 68타를 치고 공동 6위(6언더파 278타)를 차지했고, 임성재는 이날 1타를 잃고 공동 20위(1언더파 283타)에 올랐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마지막날 4타를 줄이고 안병훈, 리키 파울러(미국), 조던 스피스(미국) 등과 공동 23위(이븐파 284타)로 마쳤다. 지난해 우승자 캐머런 스미스(호주)는 공동 33위(1오버파 285타)에 머물렀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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