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단 무너져” 교사들 절규, 우리 사회 응답 너무 늦었다
검은 옷과 마스크 차림의 교사·예비교사 약 5000명이 지난 주말 서울 종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사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교육 현장의 교권(敎權) 침해 실태를 고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 경위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사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신속히 응답할 의무가 있다.
교사들은 “악성 학부모 민원에 대한 글이 교사 커뮤니티에 넘친다. 언젠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생 인권과 학부모 인권을 보호하는 만큼 교권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당한 생활 지도에도 학부모가 “왜 우리 아이 마음을 상하게 했느냐”고 항의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속출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아동 학대’ 고소 남발부터 정부·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당해 수사받은 사례가 1252건에 달했다. 대부분 불기소·무혐의 처분이 나오지만 신고만 당해도 교사가 겪어야 할 부담과 고통이 너무 크다. 교사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 학대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올라와 있다. 여야 모두 공감하는 사안인 만큼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좌파 교육감 주도로 도입한 ‘학생 인권 조례’가 학생 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나머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말 집회에서 9년 차 교사는 “교실 안에서도 학생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른 교사는 학생이 행패를 부려도 “좋은 말로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 인권 조례에 교권을 침해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까지 방해하는 조항이 있다면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 학생 간 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하면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실은 기록하지 않는다. 교사 폭행이 훨씬 심각한 문제인데 기록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학부모 민원에 응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교사들이 안심하고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학교 교육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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