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하차도 참사 때 엉뚱한 곳 가고도 “일은 했다”는 경찰
청주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이 허위 보고·출동 혐의로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충북경찰청이 언론에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국조실 발표대로 아예 현장 출동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궁평1지하차도 부근 교차로에 출동한 것은 맞는다고 밝혔다. 참사 직전 오송파출소 직원 3명이 차량 역주행 신고 등 신고 전화 14건에 모두 현장 대응했다고도 했다. 경찰이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미호천이 넘칠 것 같다. 궁평지하차도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하 차도가 본격 침수되기 40분쯤 전인 오전 7시 58분이었다. 이후 충북경찰청 상황실 근무자는 미호천교와 가까운 궁평2지하차도를 정확히 지목해 출동 지령을 내렸다. 경찰이 현장에 빨리 도착해 차량을 통제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 순찰차는 112 지령과 다른 궁평1지하차도 근처 교차로에 가서 인근 도로를 통제했다고 한다. 엉뚱한 곳에 갔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우리도 일은 했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 황당한 해명에 기가 찰 뿐이다.
경찰은 지난해 핼러윈 참사 때도 112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물의를 빚었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사실상 방치했다. 보고도 엉망이었다.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 21분 뒤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이런 난맥상 때문에 용산경찰서장,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등 경찰 간부들이 구속되기까지 했는데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참사가 경찰 탓만은 아니다. 참사 당일 금강홍수통제소가 흥덕구청에 지하 차도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린 때가 사고 발생 2시간 전이다. 그런데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지하 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흥덕구청은 “시청에 알렸다”고 하고, 청주시청은 “도청 관할”이라고 하고, 충북도청은 “부실한 제방이 문제”라며 책임 떠넘기에 분주하다. 이런 무책임한 해명이 국민을 더 화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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