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아닌 중국發… 中쇼핑몰, 실적 부풀리려 ‘브러싱 스캠’ 했나
최근 한국에서 다수의 신고가 접수된 대만발(發) ‘수상한 소포’가 처음 발송된 장소는 중국이라고 대만 정부가 밝혔다. 22일 정원찬(鄭文燦)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문제의 소포는 중국 본토에서 대만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국제 발송한 것”이라며 “대만 형사국이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고 끝까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대만 형사국에 따르면 문제의 소포들은 중국 선전시에서 ‘화전우[貨轉郵·경유 우편]’란 형식으로 대만에 보내졌다. 이후 (대만 교통부 산하 우체국인) 중화우정(中華郵政)을 거쳐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발송됐다.
‘화전우’는 중국 등의 화물을 대만을 경유해 제3국으로 보내는 서비스다. 해외에서 해운(海運)으로 대만에 들여온 소포나 우편은 대만에 정식으로 반입되지 않고 간단한 X선 검사 등만 거쳐 최종 목적지로 보내진다. 이 서비스의 주 고객 중엔 중국 본토의 온라인 쇼핑몰 등 해외 배송 업무가 잦은 업체들이 많다. 우편 시스템이 포화 상태여서 지연이 잦은 중국에서 직접 항공편으로 소포를 배송하기보다 화전우를 이용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매체 징신원(鏡新聞) 등에 따르면 매년 이 서비스를 이용해 500t 이상의 화물이 발송되고 있다.
한국에서 최근 잇달아 발견된 수상한 소포 또한 대만의 화전우 서비스를 통했다. 문제의 소포는 대부분 노랑 혹은 검정 봉투에 ‘CHUNGHWA POST(중화우정)’ ‘PO 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타이베이 대만)’ 등이 적혀 있다. 이는 특정 주소를 뜻하는 것이 아닌, 화전우 서비스를 통해 대만을 거쳐온 소포란 표시다.
대만·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사건이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쇼핑몰이 무작위로 소포를 발송한 다음 제품을 판매했다고 처리해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는 수법이다. 중화우정 부처장 린리푸(林立富) 부처장은 “이번 문제 소포에 적힌 품목명인 ‘립밤’ ‘화장솜’ 등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상들이 내용물을 속일 때 자주 적는 품목”이라고 했다.
브러싱 스캠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앞서 2020년 7월엔 미국·캐나다에 중국 쑤저우로부터 주문하지 않은 소포들이 잇달아 배달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소포 겉면엔 품목이 ‘장난감’ ‘보석’이라고 적혔지만 실제 내용물은 나팔꽃 등의 씨앗이었다. 지난해 10월엔 제주도 서귀포시 한 건물에 정체불명의 대만발 소포가 배송돼 경찰이 조사했는데, 브러싱 스캠으로 판명이 났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홈페이지에 “주문하지 않은 물건이 배달되면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크니 반드시 신고해달라”고 공지하고 있다.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
털어버린다는 의미의 ‘브러싱(brushing)’과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 인터넷 쇼핑몰 판매업자들이 가짜 주문을 털어내듯 발송해 판매 실적을 부풀리고 구매자를 가장한 우호적인 후기를 올려 평점을 조작하는 마케팅 사기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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