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 취재’를 거절한 이유

성호철 도쿄 특파원 2023. 7.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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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도쿄전력이 해외 언론 15개사 기자들을 초청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를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폐로를 추진 중인 원자로 1∼4호기의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EPA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21일 한국 등 해외 언론에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 방류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 세계 매체에서 신청을 받은 도쿄전력은 최종적으로 해외 언론사 15곳에만 방류 시설을 공개하며 취재를 제한했다. 본지는 여러 한국 언론사와 함께 현장 취재를 허가받았다. 하지만 신청한 한국 신문·방송사 대부분이 허가를 받은 가운데 한겨레신문과 MBC만 탈락했다. 그동안 오염수 방류에 부정적인 보도를 해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의도적 배제 정황을 확인한 본지는 후쿠시마 취재 하루 전날, 이번 취재를 주관한 일본포린프레스센터(FPCJ)에 정중히 취재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도쿄전력으로선 한국 언론사 일부가 오염수의 위험성을 악의적으로 과대 포장하고 호도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비(非)과학적 괴담(怪談)이 성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염수가 방사성물질에 범벅 된 물이고, 당장 3개월이면 한반도 주변 바다가 방사능에 뒤덮인다는 괴담 말이다. 심지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다핵종 제거 설비(알프스·ALPS)로 걸러낸 처리수의 방류는 국제 기준에 적정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자 ‘일본 정부가 IAEA를 매수했다’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정치적 목적의 선전·선동이라고 생각한다. 본지는 10여 년 전 광우병 괴담 때 과학 편에 섰던 것처럼, 지금도 같은 태도를 지키고 있다. 후쿠시마 방류 시설 취재를 신청한 이유도 현장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려는 것이었다.

취재를 포기한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과학에 기반해 투명하게 처리수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종전 방침과 어긋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도 어느 언론사에 취재를 허가할지 정할 권리는 있고 싫은 언론사를 기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선별하는 행위가 자신들이 주장해온 ‘투명한 공개’일 수는 없다. 투명한 공개라면 오염수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언론에도 공개해야 한다.

일본은 조만간 연간 22테라베크렐(TBq)의 삼중수소(트리튬)를 포함한 오염수를 방류한다. 과학적으론 방류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론 주변 국가의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비극이지만 충분한 쓰나미 대책 없이 원전을 건설한 일본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몇 차례나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에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계획을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강조한 건, 이런 민폐를 염두에 둔 게 아닐까.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보여주는 행동은 기시다 총리가 말해 온 ‘정중한 설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재는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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