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 난 논산 제방… 범람 막을 수 있던 3년을 흘려보냈다
지난 20일 금강 지류인 충남 성동면 논산천(川). 대청댐 하류 100㎞ 지점 제방이 두 동강 나 있었다. 지난 14~15일 이 일대에 300~400㎜의 비가 쏟아지자 높이 20~30m, 폭 100m가량의 제방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제방 앞 벼들은 모두 쓸려 나가 흔적조차 없었다. 굴삭기 3대가 쉴 새 없이 흙을 퍼 올리며 뚫린 제방을 보수하고 있었다. 같은 날 전북 익산의 산북천도 높이 8m, 폭 10m인 제방이 무너져 있었다. 산북천도 금강 지류다. 이번 장마철 폭우로 무너진 제방 170여 곳은 4대강의 본류가 아니라 지류나 지천이다. 2013년 보 건설과 준설 등을 마친 4대강 본류에선 이번 극한 강수에도 제방 붕괴나 물 넘침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홍수 피해가 난 것이다.
2020년 남부 지방은 ‘역대 최장 장마’로 큰 홍수 피해를 겪었다. 그런데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는 치수(治水) 사업은커녕 멀쩡한 4대강 보를 부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 주도의 댐 건설 중단 선언도 했다. 하천 관리 등 치수 관련 예산(수자원)을 2015년 2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반 토막 냈다.
4대강 사업의 계획은 주요 하천의 본류를 먼저 정비한 후 지류·지천까지 모두 손보는 것이었다.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없다. 2020년 홍수 피해가 컸던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환경 단체 등은 4대강 사업을 ‘강 파괴’로 몰아붙이며 지류와 지천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방치한 지류와 지천에서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극한 강수가 빈번해지자 지류와 지천이 갑자기 불어난 강수량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강은 보기 좋은 하천으로 가꿀 필요도 있지만 그에 앞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을 수 있게 이수와 치수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 치수 대책을 마련해도 건설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지류·지천 정비와 댐과 보의 신·증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중단된 치수 사업을 복원하지 않으면 홍수와 가뭄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시작한 올해 장마는 22일까지 전국 누적 평균 597.5㎜의 비를 쏟아냈다. 역대 같은 기간 최고 기록이다. 이 기간 평년 강수량은 281.8㎜다. 이런 극한 강수와 홍수 피해는 해마다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에 범람한 의당천·정안천·제민천 등도 모두 금강의 지류·지천이다. 제민천 수위가 올라가며 인근 옥룡동 지역 일부가 침수하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의당천과 정안천이 넘쳐 차량 운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금강의 대표적 지류인 미호강이 넘치며 발생했다.
같은 날 전북 익산의 산북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제방 옆 수풀이 우거졌을 자리에는 흙과 자갈이 쌓여 있었다. 이곳의 물이 다른 하천으로 빠져나가며 인근 고추밭을 휩쓸고 가기도 했다. 500㎜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청양군에서도 16일 청남면의 지천 제방 일부가 붕괴하며 인양리 등 3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인근 주민이 긴급 대피했고, 흙탕물이 인근 지역으로 유입돼 지방도 제1대흥교~중산리 삼거리 구간의 차량이 일시 통제됐다. 멜론과 수박 등 비닐하우스 농가가 대부분 물에 잠겼다. 청양은 지난해에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박상현 기자, 논산·익산=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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