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후보엔 후원금, 반중 후보엔 협박… 국내선거에도 개입
당선되면 “은혜 잊지말라” 압박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키워나가는 일반적인 공공 외교의 선을 넘어 상대국 유력 인사를 매수해 불법적 대가를 요구하는 등 공세적인 심리전·공작을 물밑에서 펼치고 있다. 특히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포섭 대상에게 정치 후원금을 우회 지원하는 반면, 반중 후보를 상대로는 친중 매체를 활용해 비난 기사를 쓰거나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 당국 자료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친선협회 등 재외 친중 단체·인사를 동원해 현지 정계·지역 사회 유력 인사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몇 차례 만남을 갖고 관계가 생기면 고급 음식을 대접하고 명절 등에 고가의 선물을 준다. 정치인 출판기념회, 정당 모금 행사에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된 단체를 통해 거액의 후원금을 낸다고 한다. 선거 기간 한국 대학을 다니는 중국 유학생을 통해 친중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직접 돕는 경우도 있다.
전직 방첩 부서 관계자는 “중국은 선거 기간에는 별말 안 하다가 당선되면 후보자에게 다가와 ‘우리가 도와준 것 잊지 말라’며 압박을 해온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나 자국에 우호적인 외국 유력 인사를 늘리려는 대외 활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대가를 요구하며 겁박을 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롯데 등 국내 기업에 사드 보복을 한 것처럼 정치인들에게도 스캔들 폭로 등 보복 가능성을 내비치며 중국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중국은 특히 4, 5년마다 의회·지자체 구성원이 바뀌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선거철에 대외 활동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2021년 캐나다 총선 때 중국은 비밀경찰서 주도로 최소 11명의 친중 후보에게 현금을 기부했다. 지난해 호주에서는 중국이 친중 인사를 현지 정당에 진출시키려다 현지 방첩 기관에 걸려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은 훈련된 엘리트 스파이를 다른 나라에 장기간 거주시키고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게 한 이후 선거에 출마시키는 수법도 쓴다고 한다. 중국은 해외 반중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는 공작도 펼친다.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반중 후보 비리를 수집하고 비밀리에 협박해 사퇴를 종용하거나 실수를 유도해 사퇴시키는 공작도 벌인다”면서 “현지 화교 언론사를 매수하거나 친중 기업이 현지 언론사를 인수해 반중 후보 기사를 쓰게 한다”고 했다. 2008년 대만의 한 친중 성향 대기업이 대만 최대 미디어 기업을 인수해 대만 내 중국 공산당 영향력을 대폭 확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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