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밥굽처럼 녹아내린 러 동토… 온실가스·바이러스 대방출 공포

곽수근 기자 2023. 7.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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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추운 땅… 온난화 가속

올여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폭염 등 기상이변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영구동토(永久凍土)도 위협하고 있다. 영구동토는 여름에도 녹지 않고 얼어 있는 땅 등을 뜻하며 북반구 육지 표면의 약 14%(2100만㎢)를 차지하고 있다. 온난화로 영구동토가 녹아내려 그 안에 갇혔던 탄소 퇴적물이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방출되면 온실효과가 심화돼 지구 온난화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얼어붙었던 바이러스 등도 활성화해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위험도 제기된다.

사하공화국 '흉측한 말발굽' - 22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한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바타가이카 함몰지'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이 거대한 구덩이는 여름에도 녹지 않고 얼어 있었던 영구동토가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며 땅이 꺼져 생긴 것이다. 녹는 면적이 점점 커져 현재 함몰지 길이가 1㎞에 달한다. 온난화로 얼었던 땅이 녹으면 얼음에 갇혔던 온실가스 등이 배출되면서 온난화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래픽=송윤혜

로이터는 22일(현지 시각) 얼음이 녹아내린 시베리아 지역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의 ‘바타가이카 함몰지(Batagaika crater)’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함몰지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땅이 꺼져 생긴 것이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얼음이 녹아내려 함몰지 면적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는 “과학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다른 나라보다 온난화 진행 속도가 2.5배 이상 빠르고, 러시아 국토의 약 65%에 이르는 툰드라 지대의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 소재 ‘멜니코프 영구동토 연구소’의 니키타 타나나예프 연구원은 로이터에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가 더 많이 녹아내리면서 이와 같은 거대 구덩이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선 약 100m 깊이 토양에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2023년 7월 11일 촬영된 이 스틸 이미지에서 한 사람이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의 바타가이카 분화구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침식된 지형에 거대 덩어리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3년 7월 11일 촬영된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바타가이카 분화구 전경.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침식된 지형에 거대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다. /로이터TV/로이터 연합뉴스

과학계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해빙(解氷)이 기후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지구 온난화에 더해 신종 질병이 퍼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해빙으로 활성화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 영향으로 인류가 면역을 갖추지 못한 새로운 질병이 퍼지면 코로나 팬데믹 못지않은 치명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유럽의 연구진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수만년 전 바이러스가 지금도 전염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약 4만8500년 전에 묻혔다고 추정되는 바이러스를 비롯해 13종의 바이러스를 영구동토에서 분리해낸 후 이 가운데 일부를 아메바에 감염시켰다. 전염력을 가진 병원체가 영구동토 해빙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뜻으로, 동물 전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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