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신림동 ‘묻지마 살인’ 30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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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 씨는 체포 후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분노에 가득 차 범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범행 장소로 일부러 사람이 많은 서울 시내 번화가를 골랐다고도 했다. 조 씨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신림동에) 몇 번 방문한 적 있어 사람이 많은 장소란 사실을 알고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씨는 당초 “범행 당시 (마약류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간이시약 검사에서 마약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조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반성하고 있나’ ‘유족에게 할 말은 없나’ 등의 질문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서는 ‘어떤 점이 불행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 모든 게,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었다”며 “나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는 21일 숨진 20대 남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말인 23일 오후 거센 빗방울이 쏟아지는 날씨에도 시민들은 사건 발생 장소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를 쓴 포스트잇 수백 장을 붙였다.
흉기 난동 피해자 추모 물결 서울 도심에서 대낮에 벌어진 ‘묻지 마 흉기난동’으로 20대 남성이 숨진 가운데, 사고 이틀 후인 23일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골목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헌화하고 있다. 건물 벽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한편 조 씨에게 살해당한 20대 피해자 남성의 사촌형인 김모 씨(30)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은 조 씨 같은 범죄자가 감형을 받고 다시 사회로 나올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엄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에 따르면 숨진 피해자는 사건 당일 방값이 싼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신림동을 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본래 살던 곳보다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최근 혼자 부동산을 전전했다”며 “처음 들른 부동산에서 나와 다른 부동산에 전화하던 중 우연히 조 씨와 마주쳐 이런 잔인한 범행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피해자에 대해 “어려운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던 생활력 강한 동생”이라고 떠올렸다. 피해자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 어머니가 혈액암 말기 진단을 받자 수능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도 방과 후 매일 병원에 들러 간병에 힘썼다고 한다.
수능을 사흘 앞두고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오히려 중학생이던 동생을 밤새 위로했고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치른 수능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했다고 한다.
김 씨는 “동생은 대학교 학과 학생회장까지 맡던 모범생이었다”며 “대학 입학 후 단 한 순간도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상황이 더 어려워지자 음식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서 묵묵히 벌어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피해자가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본인도 2019년경 크게 병치레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어머니도 암으로 떠났는데 본인마저 아프면 동생 혼자 남는다는 생각에 살기 위해 운동을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며 “몸이 나아진 뒤 보디 프로필을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이런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려 최근 빈소에 다녀온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동생이 최근 들렀던 어머니 빈소에는 피해자의 보디 프로필 사진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김 씨에 따르면 평소 우애가 깊고 서로를 끔찍이 아꼈던 피해자의 동생은 현재 형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조 씨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김 씨가 올린 청원글은 하루 만에 100명이 찬성해 청원요건에 맞는지 검토 중이다. 김 씨는 “이미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는 피의자가 갱생을 가장해 징역형만 살고 사회로 돌아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긍정적으로 살아온 동생의 죽음이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게 해달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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