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즐길 수 있는 와인, 우린 그 꿈을 30년간 실현해왔다”
30년 동안 포도주를 빚어온 그는 이제 ‘전설’로 불린다. 작년 12월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는 ‘2022년 미국 와인의 전설(American Wine Legend)’로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포도주 ‘켄달 잭슨(Kendall Jackson)’을 만들어 온 수석 와인 메이커 겸 최고 운영 책임자 랜디 울럼(Ullom)을 선정했다. 울럼은 1993년부터 켄달 잭슨의 와인 생산을 맡아왔다. 올해 8월이면 그가 켄달 잭슨을 생산한 지 꼭 30년이 된다. 지난 18일 비가 쏟아지던 저녁, 한국을 찾아온 울럼을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美 대표 와인 빚는 남자
켄달 잭슨은 본래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일했던 제시 잭슨(1930~2011)이 만든 와이너리다. 1974년 잭슨은 캘리포니아 레이크포트에 널찍한 과수원을 샀고, 취미 겸 부업으로 고품질 포도를 키웠다. 1981년 포도가 너무 많이 남게 되자 잭슨은 와인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미국엔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은 와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2년 후 잭슨은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를 시장에 내놨다. 이 와인은 그해 미국 와인대회에서 플래티넘 상을 받았고, 23년간 미국 레스토랑 샤르도네 판매율 1위를 기록했다.
잭슨이 울럼을 만난 것은 1993년이다. 당시 울럼은 캘리포니아 드 로치의 와인메이커로 일하면서 드 로치 와인이 각종 대회 1등상을 받도록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었다. 울럼은 “잭슨과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즐기기 쉬운 위대한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갖게 됐다”고 했다. “과즙향과 맛의 모든 요소가 온전히 느껴지면서도 마시고 나면 너무 거칠거나 쌉싸름하거나 드라이하지 않은, 부드럽고 여운이 길게 남는 와인. 그래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울럼은 캘리포니아 중부의 광활한 포도밭과 칠레의 와이너리,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사업장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고, 1997년에는 수석 와인메이커, 2006년엔 최고 운영 책임자가 됐다. 창업자 제시 잭슨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울럼은 켄달 잭슨을 지휘하고 있다. 울럼은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일부만 향유하는 술이 아닌,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고, 지난 30년 동안 우린 그 꿈을 실현해왔다”고 했다.
◇오바마·레이디가가도 빠진 이유
켄달 잭슨은 와인 숙성 과정에서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자란 참나무를 가공한 것을 미국으로 들여와 캘리포니아에서 오크통으로 제작하는 소위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한다. 울럼은 “프렌치 오크를 쓰면 제작비가 4배 가량 더 들지만 이 과정에서 독특한 바닐라향을 얻게 되고, 풍미가 더욱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게 된다. 켄달 잭슨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켄달 잭슨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오랫동안 꼽혀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말해 이 와인이 ‘오바마 와인’이라고 불린 적이 있고, 유명 팝 가수 레이디가가는 공연 대기실에 꼭 켄달 잭슨 와인을 놓아달라는 요구를 계약서에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울럼은 “내 경우엔 켄달 잭슨 중에서도 ‘잭슨 에스테이트 카멜롯 하이랜드 샤르도네’를 가장 좋아한다. 마치 매끼 마시는 식사(liquid meal)와도 같은 와인이고, 그래서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웃었다.
한국 와인 시장은 코로나 확산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작년엔 이미 1조원 규모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울럼은 “와인에 새롭게 눈뜬 사람들이 많다면, 이제부턴 병보단 잔으로 즐겨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칵테일 바나 레스토랑에서도 한 병을 통째로 시키기보단 아직 맛보지 못한 와인을 한 잔씩 마셔보는 게 좋습니다. 아마 조만간 한국에도 술을 잔으로 판매하는 문화가 더 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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