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1959년 7월 24일 미국·소련 ‘부엌 논쟁’

정지섭 기자 2023. 7.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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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온 흐루쇼프에게… 닉슨 “우린 모두 이런 부엌”

1959년 7월 24일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 문화 박람회’를 찾은 최고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과 리처드 닉슨 미 부통령이 컬러TV·식기세척기 등 최신 가전제품을 설치한 부엌 모양 전시 코너 앞에 섰다. 닉슨이 “이런 가전이 미 여성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하자 흐루쇼프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우리에겐 (여성을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만 보는) 당신네 자본주의적 여성관이 없소.” 냉전 시대 미⋅소의 체제 대결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닉슨·흐루쇼프 부엌 논쟁’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 둘의 언쟁은 점점 치열해져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미국인은 누구나 이런 집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고 하자 흐루쇼프는 “그 정도 돈은 우리 철강 노동자와 농민들도 마련할 수 있다”고 응수하는 식으로 ‘말의 난타전’을 벌였다. 흐루쇼프는 흥분해 “미국은 (나라가 세워진 지) 약 150년이 지나 이 정도를 이뤘지만 우리는 42년 만에 미국에 맞설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7년 정도 후면 손을 흔들며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흐루쇼프의 예언은 실현되지 못했고 1991년 소련은 붕괴했다. 냉전은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을 위협하면서 신(新)냉전 구도가 다시 고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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