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교권침해 보험

이연섭 논설위원 2023. 7.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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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죽은 단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스승의 권위는 없다. 존경도 없다. 교사들은 온갖 모욕과 수난을 겪는다. 견디다 못한 교사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교단을 떠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심각하다. 교사가 교단에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렵다. 수업시간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수업을 방해한 아이를 훈계했다고 학부모로부터 자녀 정서를 학대했다고 고소 당한다. 숙제하지 않은 학생을 호명했다고, 아이를 낙인찍었다며 항의 받는다. 수업 중 자리를 바꿔 앉은 것을 지적하는 교사에 학생이 ‘지X하네’ 말하는 등의 폭언도 낯설지 않다.

무너지는 교권에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도움이 못된다. 학부모의 무차별적 폭언과 갑질에 정신은 병들고, 학생들의 폭언·폭력에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권 침해는 소수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다. 매 학기, 어느 학교에서나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교권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자 ‘교권침해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크게 늘었다. 교권침해 보험은 한 손해보험이 운영하는 ‘교직원안심보험’에서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원래는 교사가 업무 중 배상책임을 지게 될 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인데, 교권침해가 늘며 학생·학부모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경우 ‘위로금 명목의 보험금 100~300만원을 정액 지급하는 특약이 신설됐다.

2018년 출시된 보험의 교권침해 특약에 가입한 교사는 2018년 1천477명, 2019년 4천283명, 2021년 6천739명에 이어 2022년엔 8천명 가까이 됐다. 2019년에는 위로금 수령 교사가 30여명이었으나 지난해까지 누적 300명 넘는 교사가 위로금을 받았다.

무너지는 교권에 최후의 방편으로 교권침해 보험까지 들어야 하는 게 요즘 학교다. 최근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 1학년 담임교사를 추모하고,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거리로 나온 교사들은 “교사가 교권침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이 현실이 정상이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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