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촬영 40년… 찰나 잡으려는 모든 노력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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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추함을 보이지 않아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그 마음을 새기지요."
"아마 시든 채 피어 있는 연꽃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연꽃은 절대 시들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떨어진 뒤에야 시들고 썩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추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군자의 꽃이라고 불리지요. 진흙 속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도 그렇고요. 일반인이나 수행자나 살면서 얼마나 유혹이 많습니까.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연꽃을 볼 때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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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얻으려 필름카메라 고집
나를 낮추니 더 많이 보이더군요”
40여 년간 초지일관 사진으로 연꽃만을 담아 온 대한불교조계종 동욱 대종사는 19일 경북 칠곡 보덕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처님의 꽃, 연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연꽃과의 40년 인연은 곧 수행의 과정이기도 했다”며 “꽃을 찍는 자세가 달라지니 마음도 달라졌다”고 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는 16일부터 그의 작품 250여 점을 전시한 ‘꽃을 드니 미소 짓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연꽃의 마음을 새긴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시든 채 피어 있는 연꽃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연꽃은 절대 시들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떨어진 뒤에야 시들고 썩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추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군자의 꽃이라고 불리지요. 진흙 속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도 그렇고요. 일반인이나 수행자나 살면서 얼마나 유혹이 많습니까.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연꽃을 볼 때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연꽃만 찍는 이유가 있습니까.
“처음에는 취미로 이것저것 찍었어요. 사찰 소식지를 만들게 됐는데 연꽃 사진을 넣으려고 찾아보니 제대로 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찍으러 다닌 게 시작이었지요. 찍다 보니 이게 수행이 되고, 깨달음이 되더라고요. 전 지금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쓰거든요.”
―사진 찍는 게 수행이 됐다고요?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연속으로 찍을 수가 없어요. 가장 좋은 시간, 장면, 느낌이 오는 딱 그 타이밍을 찾으려면 몇 시간이고 땡볕에 땅에 누워 기다려야 하지요. 연꽃은 한여름에 피고, 또 연못은 습하잖아요. 보통 인내로는 쉽지 않지요. 그렇게 기다리다 셔터를 눌렀는데 기대와 다를 땐 또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그 마음도 다스려야 하고….”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수행자니까요. 찰나의 순간을 잡으려는 그 모든 노력이 제겐 수행이지요. 자동으로 놓고 찍은 수백 장 중에 고르면 수행도 없고, 배울 것도 없지 않습니까. 저는 트리밍이나 연출도 하지 않아요. 카메라 앵글 안에 생각하는 장면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아래를 향해 찍다가 점점 하늘을 보며 찍게 됐어요.”
―하늘을 보며 찍게 됐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처음에는 꽃만 보였어요. 그래서 연꽃을 아래에 놓고 위에서 클로즈업해 찍었지요. 제 마음이 위에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되면서 주변의 다른 연꽃들, 벌레, 잡풀, 그 위의 구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모든 것과 어우러지는 연꽃을 찍으려면 제가 낮아져야 했지요. 낮아지고 나니 더 많은 것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전시는 9월 3일까지 열린다. 무료.
칠곡=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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