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노후 저버린 윤석열 정부의 ‘이권 카르텔’
지난 19일 보건복지부 등이 주최한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그동안 ‘토지와 건물을 사업자가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임차해야 한다’는 현행 규정을 고쳐 민간 임차로도 노인요양시설 설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지난 5월 참여연대의 질의에 복지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답변했지만, 출입기자단에조차 공지하지 않은 채 공청회 개최를 느닷없이 추진했다.
공청회 발표자는 구매력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신노년층이 되고 있으니 이들의 다양한 수요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임차 허용을 통한 시설 공급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본인 선택으로 시설에 입소하는 비율은 채 5%도 되지 않는다. 신노년층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시설 활성화’를 하겠다는 것은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대부분 노인들이 바라는 것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다. 신노년층을 위한다면 활성화해야 할 것은 시설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에서의 돌봄,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밝힌 ‘커뮤니티 케어’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불필요하게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요양시설 대신 보내지는 요양병원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인인구 평균의 10배 수준으로, 기형적으로 확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성인 돌봄 지출 규모도 이미 OECD 회원국 평균 수준(GDP 대비 1.5%)에 육박하고 있다. 돈은 선진국 못지않게 나가고 있지만 그만큼 돌봄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도하게 팽창된 시설로 재정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하는 것은 ‘재앙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임차만으로 시설 개소가 가능하니 무분별한 설치와 폐업으로 입소한 노인과 가족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관리감독을 강화해 제재를 받는다 한들 다른 곳에 임차해 다시 개소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시설이 ‘활성화’되면 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기 집에서 살면서 필요한 돌봄을 받는 것보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들어가는 시설은 훨씬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대부분 국가들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나이 들도록 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그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도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진보, 보수를 떠나 학계에서도 합의에 가까운 사항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갑자기 ‘시설 활성화’를 들고 나왔을까?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이 새로운 시장을 노리는 국내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이라는 점뿐이다. 이는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보업업계가 위험부담 없이 요양시설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과도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정과제를 역행하고, 신노년층은 물론 모두의 노후를 위협하며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면서까지 특정 업계에 특혜를 주는 것에 불과한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이권 카르텔’을 척결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과 국가를 저버리고 ‘이권 카르텔’을 만들고 있는 것은 정작 본인들이 아닌지 묻고 싶다.
김보영 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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