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비에 젖은 마음
비는 사랑을 부른다. 적어도 노래 속에서는 그렇다. 록그룹 애드 훠(ADD 4)는 ‘빗속의 여인’(1964년)에서 “노오란 레인코트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다정하게 미소 지며/ 검은 우산을 받쳐주던” 여인을 잊지 못한다. 스물두 살의 신중현이 미8군 클럽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야심 차게 발표한 앨범에 수록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은 이 천재를 외면한다. 대신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속한 비틀스에 열광한다. 그의 진가를 인정받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빗속의 여인’은 펄시스터즈와 김건모가 리메이크하면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송창식(사진)도 비와 여인을 유독 사랑했다,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그대의 귀여운 얼굴이 날 보고 있네요”(창밖에는 비 오고요)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언제부터 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내가 이 빗속에 서 있었을까”(비와 나)라고 노래하며 꿈을 찾아 떠난 소녀를 그리워한다. 1971년 발표한 ‘창밖에는 비 오고요’는 쎄시봉에서 사회를 보던 배우 윤여정의 생일날 처음 불러 화제가 됐다.
이장희가 만든 ‘비의 나그네’도 송창식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내려라 밤비야/ 내 님 오시게 내려라/ 주룩주룩 끝없이 내려라”라는 노랫말에서 간절함이 묻어난다. 이장희가 이 노래를 발표했을 당시 동아방송에서 DJ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호우주의보가 내린 날 이 노래를 선곡한 것이다. 결국, 다음날 담당 PD는 경위서를 쓰고, 이장희는 경고를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채은옥은 ‘빗물’에서 “옷깃을 세워주면서 우산을 받쳐준 사람/ 오늘도 잊지 못하고 빗속을 혼자서 가네”라면서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한다,
김현식도 ‘비처럼 음악처럼’에서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라고 노래해 비에 젖은 마음들을 울렸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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