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노동자가 죽었다

유승현 2023. 7.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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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죽었다.

지난 5월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노조활동을 '공갈협박'이라는 행위로 몰아가는 인격적 모독에 저항하며 한 노동자가 끝내 온몸에 불을 질렀다.

한 세기도 더 된 노동자들이 외친 '8시간 노동·8시간 휴식·8시간 교육'의 요구와 '빵과 장미를 원한다'는 구호가 여전히 진행 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분신한 양회동 열사는 건설노동자로, 노조 활동을 통해 사용자인 건설업체에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자 활동비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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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현 사회2부 기자

노동자가 죽었다. 메이데이였다.

지난 5월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노조활동을 ‘공갈협박’이라는 행위로 몰아가는 인격적 모독에 저항하며 한 노동자가 끝내 온몸에 불을 질렀다.

한 세기도 더 된 노동자들이 외친 ‘8시간 노동·8시간 휴식·8시간 교육’의 요구와 ‘빵과 장미를 원한다’는 구호가 여전히 진행 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과 인권을 의미한다.

분신한 양회동 열사는 건설노동자로, 노조 활동을 통해 사용자인 건설업체에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자 활동비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노동법에 명시된 자신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정당한 노조활동에 ‘공갈협박’ 혐의를 씌워 ‘건폭’이라 몰아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6월 말 양회동 열사의 노제가 있었으며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건설현장은 생겼다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건설노동자들은 상시 고용된 업무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는 고용안정일 수밖에 없고, 건설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는 자연스레 조합원들의 채용을 사측에 제시하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 활동비 역시 어느 노조에서나 단체협약을 통해 사측에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노사협상을 통해 노조 전임자 활동비가 보장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노동자는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가 있고,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사측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노동법 이상의 근무조건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고, 개별이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 단체를 결성해 사용자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한 것, 그것이 노동조합 활동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각기 다른 입장과 요구가 협상 테이블 안에서 적절히 조율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된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고용주’인 사측의 힘이 절대적으로 세다. 그래서 협상이 원활히 되지 않았을 경우,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법에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체행동에 대해 업무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측의 행위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갈협박’이라 칭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노동자 개개인의 요구가 다 정당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종교인이라고 모두가 선하지 않으며 기업인이라고 모두가 악덕업주가 아니듯이 노조원이라고 모두가 정당한 요구만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성향과 태도는 별개 문제다. 개인 성향을 단체의 문제로 성급하게 일반화 해 잘못된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 행위다. 그 행위를 정부가 앞장서 했고, 이로 인한 사회적 혐오를 견디지 못한 노동자는 죽음을 택했다. 노동자의 정당한 노조활동, 요구를 ‘건폭’, ‘공갈협박’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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