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강원] ⑧ 동해소방서 ‘엔젤스(Angels)야구단’ - 마지막까지 모르는 승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

전인수 2023. 7.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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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처럼 사람들을 구한다’ 의미 엔젤스
초·중학교 선출 중심 2011년 10명 창단
2014년 도소방 야구대회 우승 계기 발전
시 디비전리그·도 대회 우승 꾸준한 성과
안타 외 주루·수비 등 모든 요소 중요
마지막회 투아웃 극적 역전승 많아 짜릿
매주 힘든 훈련 체력 향상 소방업무 도움
경기 통해 판단·순발력 길러 만족도 높아

마스크를 벗고, 되찾은 일상.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하나 둘 미뤄왔던 일들을 하느라 분주한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축제, 못 갔던 해외여행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차분히 잃었던 일상을 되찾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다양한 취미소모임을 통해 다시 관계 맺고 무기력을 조금씩 쓸어내고 있는 일반인 생활체육 소모임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동해소방서 엔젤스 야구단 경기 모습.

동해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이 체력 증진과 직원 화합에 도움이 되고 재미있을 것 같아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 2011년 야구단을 창단했다.

창단 당시 ‘소방관이 각종 재난현장에 천사같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구한다’는 119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엔젤스119’로 명칭을 정했다가 이후 단순하고 간결하게 ‘엔젤스(Angels)야구단’으로 바꿨다.

1루수를 맡고 있는 이문환 단장(56·동해서 소방행정과 소방위)은 “초·중학교 야구 선수 출신 두 분을 중심으로 10여명과 함께 창단했다. 처음에는 신생팀이다보니 한 번이라도 이겨보는게 소원일 정도로 지는게 일상이었지만 리그에 참가해 어쩌다 1승을 거두며 짜릿한 쾌감도 느끼고 자부심도 가지게 되면서 조금씩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팀원들이 합심해 연습과 게임을 거듭하며 2014년 꿈에 그리던 강원도소방공무원 야구대회에서 우승하며 전국대회 참가자격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해 세월호 참사가 벌어져 전국대회가 취소됐지만 실력 향상과 동호회 발전에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 지난 2022년 동해시 디비전6리그 우승 모습.

이후 엔젤스는 2016년 강원도소방공무원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2017년 전국소방공무원 야구대회에 도대표로 출전했으나 투포수 포지션에 선수 출신들이 다수 합류한 타시도 대표팀에 막혀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엔젤스는 2019년 강원도소방공무원 야구대회에서 우승, 2021년 제2회 전국소방체전 도대표로 출전, 2021·2022년 강원도민생활체전에 선수를 보내 동해시가 메달을 따는데 기여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동해시장배 강원도소방공무원 야구대회 준우승, 동해시 디비전6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역시 강원도 디비전5리그 준우승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엔젤스는 매주 목요일 동해시 ‘동트는야구장’에서 5~6시간씩 연습을 한다. 몸풀기에서부터 달리기, 캐치볼, 타격 연습, 수비 훈련, 투·포수 개인훈련 등 엘리트 선수들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시합에 대비해 준비를 한다. 현재 회원이 27명이지만 훈련과 경기에 나올수 있는 인원은 교대근무자를 빼면 10여명 정도다. 동해소방서에 근무하다 인근 강릉·삼척 등 동해안 타지역으로 전근 간 직원들도 근무가 없을때 연습에 참여한다.

경기는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된다. 소방서·시청·경찰 등 직장부 3팀과 일반 사회 동호인 6팀 등 9개팀이 동해지역 리그를 펼친다. 지역리그 외에도 도 공무원 야구대회, 도 소방공무원 야구대회 등에도 잇따라 참가한다.

9명이 꼭 구성돼야만 할 수 있는 단체종목이다 보니 그 어떤 운동보다도 책임감이 막중하다. 27명 중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교대근무 등으로 인해 언제나 9~12명 정도이다. 1명이라도 다치거나 퇴장 당하게 되면 몰수패가 선언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지만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하다보니 인원 부족으로 경기가 중단된 사례는 아직 없다.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 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축구의 경우는 골을 넣은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경향이 많지만 야구는 타석에서 안타를 쳐서 타점을 올리는 것 외에도 주자로서 또는 수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등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다양해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시 실수를 해서 상대팀에게 초반에 점수를 많이 줘 간격이 벌어진다고 해도 언제라도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고, 실제로 마지막회 투 아웃에 안타 하나 또는 상대편의 수비 실수 등에 힘입어 극적으로 역전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 재미가 상당하다.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회인 야구에서는 특출난 선수 출신이 아닌 이상 특별히 엄청 잘하는 투수가 없다보니 각자 맡은 수비를 잘 하는 팀이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아 엘리트 야구 보다 좀 더 공정한 결과가 나온다고 볼 수 있다.

3루수 포지션을 맡고 있는 강형진 총무(40·태백서 구조대 소방장)는 “원래 축구를 했는데, 야구를 한 번 접하고 보니 치고 막고 판단하고 역전하는 등 재미있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다 멤버 간 끈끈한 팀워크가 중요해 개인의 책임감도 더 느낄 수 있고 업무에도 도움이 돼 매우 만족스럽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이지만 스스로 야구 역량을 키우려고 힘든 훈련을 하다보니 소방관으로서 필요한 체력도 많이 향상돼 소방업무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소방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이 요구되는데, 이를 야구 경기를 통해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 타격을 하고 있는 동해소방서 엔젤스 야구단.

생활체육 야구 경기는 총 7회로 경기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상 대부분 5회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동점인 상황에서는 제비뽑기로 승부를 가르는데, 엔젤스는 추첨에서 승리한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동점상황에서도 승부를 보려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야구이다.

엔젤스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 지난 2019년도 소방공무원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컨디션 난조로 선발로 출전하지 못한 강 총무가 5회초 수비시 동점 상황에서 교체 투입됐다. 3루수로 들어가자마자 수비를 멋지게 한 후 5회말 공격을 맞았다. 원 아웃, 2루에 앞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강 총무가 친 공이 상대편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끝내기 안타가 되면서 극적으로 우승하게 됐다. 엔젤스 최고의 순간이었다.

엔젤스는 올해 하반기 강릉에서 있을 도 소방공무원 야구대회에서 우승해 전국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둬 보는게 목표이다. 또 회원수가 40명까지 있었던 지난날의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올해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하는게 바람이다.

투수 포지션을 맡고 있는 권영기 감독(44·동해서 구조대 소방위)은 “일단 공을 친다는 건 누구나 재밌어 하니 야구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할 수 있다면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홍보를 많이 해 회원수를 늘려 나가고 직원 간 화합과 친목, 체력 증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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