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10년 동안 벗어나지 못한 '응사'의 그늘[TF초점]
'열일' 행보·연기력과 반비례하는 흥행 타율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으로 데뷔한 정우는 2009년 영화 '바람'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긴 무명 생활을 청산했다.
정우는 극 중 이름은 김재준, 별명은 쓰레기인 역할을 맡아 활약했다.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지만 수석을 놓쳐본 적 없는 의대생'이라는 반전 매력을 장착한 그는 성나정(고아라 분)을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직진한다. 여기에 부산 사투리까지 장착하고 '츤데레'(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성격) 면모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에 힘입어 정우는 영화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이웃사촌' 등 쉼 없이 달리며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그러나 정작 '응사' 이후 그가 어떤 작품에 무슨 캐릭터로 출연했는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이는 작품이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거니와 정우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정우는 '멘탈코치 제갈길'로 9년 만에 친정 같은 tvN으로 돌아왔다. 좋은 기억만 가득한 곳에서 다시 한번 반등을 꿈꾸는 듯했다. 작품은 스포츠계의 부조리를 꼬집으면서 캐릭터들의 성장을 그렸는데, 교훈과 로맨스를 적절하게 버무리지 못했고 결국 1~2%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정우와 tvN은 '응사'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처참한 성적표를 연이어 받으면 잠시 쉬면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질 만하다. 대진 운이나 의미 있는 작품성을 내세우면서 합리화할 수 있는 건 한두 번으로 충분하다.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차분히 기다리던지,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작품 보는 눈'을 장착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정우는 다소 빠르게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는 JTBC 수목드라마 '기적의 형제'에서 윤동주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빚뿐인 작가 지망생 육동주로 분해 극을 이끌고 있다. 전작 '나쁜 엄마'가 자체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종영했고 JTBC의 드라마 흥행 타율이 좋은 시점에 등판했다. 정우는 "나를 믿고 4회까지만 봐 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반환점을 돈 '기적의 형제'는 여전히 3%대에 머물러있다. 반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기적의 형제'는 정우에게 기적을 안겨주지 못했다.
그러나 정우의 행보는 이와 결이 다르다. '열일'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번 빠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배우다.
그렇기에 '언젠가 통하겠지'라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고집 있게 밀고 가는 게 아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10년이 지난 2023년에도 여전히 대표작과 '인생캐'가 바뀌지 않은 현실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존재할 테니 말이다. 이를 마주하고 변화된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대중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 말이다.
정우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응사' 이후 이렇다 할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고 있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10년 동안 대중의 취향 저격에 실패한 그가 다음 작품이라고 다를까. 다 찍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가 딱히 기대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할지도 모른다.
분명히 새로운 흥행작, 혹은 화제작이 필요할 때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고도 영리하게 활용하지 못하며 10년째 답보 중인 정우 행보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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