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예고된 침수 참사, 국가는 또 없었다

김수연 2023. 7. 23. 23: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층시사국 25회 I] 예고된 침수 참사, 국가는 또 없었다

■ 15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 간발의 차이가 생사를 가르다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사고를 목격한 조시행 씨를 만났습니다.

차주하/취재기자
"이때가 언제죠?"

조시행/오송 지하차도 사고 목격자
"7월 15일 그때가... (오전) 7시 50분"

납품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7월 15일 오전 조시행 씨 휴대전화 촬영 영상>
“저기 미호천, 다리 난간까지 물이 차서 넘치기 직전….”

조시행
"(비가) 어마어마하게 왔죠. 지금 이 영상이 아마 지하차도를 지나기 전일 거예요."

<7월 15일 오전 조시행 씨 휴대전화 촬영 영상>
“아... 하천 범람하겠다.”

조시행
"오죽하면 제가 영상을 운전하면서 찍었겠어요. 이런 상황은 난생 처음 봐서 정말 무섭더라고요."

빗길을 뚫고 오송 지하차도를 지나간 건 8시 10분쯤이었습니다.

조시행
"그때까진 지하차도가 멀쩡했어요. 불도 다 들어오고 물은 전혀 없었고…."

무사히 납품을 마치고 되돌아가는 길,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있었습니다.

조시행
"승용차 3대가 역주행 상태로 서 있었어요. 그래서 사고가 나지 않았는가 했죠. 그런데 버스와 승용차가 전혀 추돌 사고 난 흔적이 없어요. 그래서 가만 보니까 저 앞에도 화물차 그냥 서 있고 승용차 3대만 정차한 상태고 앞엔 물바다고 119가 계속 그 전에도 소리가 났는데…."

불과 40분 전 지나온 길이었습니다.

조시행
"이미 지하차도 물이 다 차 있고 바다에요 바다, 그런 상황에서 진입 못 했고…."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조시행
"사고가 아니고 문제가 있구나 해서 역주행 시도를 하다 보니까 다른 차들도 계속 돌려서 일단 그쪽으로 탈출해서 나온 거죠."

차주하/취재기자
"그러면 그때 지하차도를 막는 교통통제 하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나 보네요?"

조시행
"전혀 없었어요. 119나 112로 신고할까 했는데 119가 가기 때문에 (신고 안 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통제라는 개념은 전혀 없었어요. 우리는 우리대로 탈출하고 서로 운전자끼리 소통했던 것 같아요. 계속 앞에서 차들이 멈칫하고 서줬으니까 다행히 계속 진입을 하지 않았던 게 다행이지, 그렇지 않고 설마 하고 진입을 하게 되면 그때는 늦었다고 보거든요."

한참을 가고 나서야 통제자가 보였습니다.

조시행
"돌아서 돌아서 오송역 쪽으로 빠져나가는 이미 그때 물이 넘쳐서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공사 다리가 범람을 해서 차도까지 넘어왔더라고요. 그때 일부 민방위 대원들이 통제한 걸로 알고 있어요."

간발의 차이로 생사가 오갔습니다.

조시행
"납품 시간이 조금 당겨져서 목숨을 구하지 않았나. 9시 납품인데 8시 반 정도로 납품을 당겨 주셔서 5분 전에 거기를 통과한 거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조시행
"안타깝죠. 그 안에서 절규하신 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내가 돼요? 정말…."


KBS 뉴스특보 (7월 14일 밤)
“모레까지 300mm의 비가 예보된 충북으로 가보겠습니다. 하천 범람 우려는 없습니까?"
"제 뒤로 보이는 이 하천물이 굉장히 많이 불어난 상태고 미호강에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침수 피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14일 밤, 범람 가능성은 이미 예고됐습니다.
15일 새벽, 미호천 홍수주의보는 홍수 경보로 상향됐고,

KBS뉴스특보 (7월 15일 새벽)
"오전 4시를 전후해 청주시 미호강교에 홍수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두 시간 뒤, 수위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오전 8시 10분, 임시제방까지 물이 차올랐고 곧 범람이 시작됐습니다.
불과 500 미터 거리에 있었던 오송 지하차도는 오전 8시 50분, 완전히 침수됐습니다.

목격자
"고개를 딱 넘는데 이제 지하차도로 물이 막 쏟아져 들어가고 있더라고요. (한 남성이) 뭐를 놓치는 순간 물살이 세니까 그냥 쭉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사람도 안 보여요 형체도…."

지하차도에 이미 들어선 차들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목격자
"좌측에서 물이 치고 들어오길래 아 이제 큰일 났구나 해서…."

속도를 높여 간신히 지나가거나, 역주행을 하며 다급히 빠져나왔습니다.

<15일 지하차도 내부 영상>
운전자
"차 돌리셔 물 차!! 물 차, 물!"

하지만 어떤 차들은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멈춰버린 버스, 14명의 희생자 가운데 9명이 이 버스에서 나왔습니다.

목격자
"기사님이 승객분들 탈출시키려고 유리 깨고 나가야 한다고 계속 말씀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사흘 밤낮으로 이뤄진 배수 작업.
수색이 끝난 지하차도에 남은 건 사고의 처참함과 남은 자들의 슬픔, 그리고 분통이었습니다.

피해자 가족
"아니 홍수경보가 발령했으면 이러한 위험한, 이거 누가 봐도 위험한 지하차도 아닙니까? 그러면 통제를 했어야지…."

■ 강물 견디지 못한 임시 제방…도로통제 안 한 지자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미호천과 맞닿아있는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김수연/취재기자
"계세요?"

주민들에게도 그날은 악몽이었습니다.

정찬교/청주시 흥덕구 궁평리
-여기도 넘친 건가요?
"다 지금 긁어낸 거예요. 지금 수위가 여기까지 왔어요. 이거 자빠졌잖아요."

강물이 무섭게 불어나자 정 씨는 제방부터 떠올렸습니다.

정찬교
"전날 (미호천) 수위가 많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내가 창고 간다고 이리 제방 가는 길이 있어, 그래서 제방으로 갔어요."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둔 상태였습니다.
7시 58분 이미 제방 턱 끝까지 물이 차오른 가운데, 굴착기 한 대가 보였습니다.

정찬교
"도착해서 보니까 굴착기 한 대가 열심히 막고 있더라고. (제방) 안 무너지게…."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 씨는 119를 불렀습니다.

정찬교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내가 114를, 119를, 순간 생각나는 게 119더라고. 금방 왔어요. 금방 왔는데 '아이고 저희가 이거를 막을 수가 없어요' 두 분이 왔는데…."

그러는 사이 눈 앞에서 둑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찬교
"그렇게 입씨름을 하고 하다 보니까 물이 넘치기 시작해. 방수포 옆에서 물이 솔솔 넘어오더니 콸콸 나오는 거예요. 원래 제방이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넓게 만들어져 있는 탄탄한 제방이야. 그런데 지금 저걸로 공사로 인해서 임시방편으로 만들어 놓은 제방도 아닌 제방이."

장석환/KBS 재난방송 전문위원
"임시 제방의 높이가 기존 제방보다 1미터 정도 낮게 쌓아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으로 물이 처음에는 월류했을(넘쳤을) 거고요."

금강홍수통제소는 그날 새벽 강물이 불어나는 상황을 실시간 수치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조효섭/금강홍수통제소장
"(15일에) 14개 (지류) 중에서 11개가 (홍수)경보 (홍수)주의보가 하나 이렇게 걸렸던 상황이고…."
김수연/취재기자
"비가 어마어마하게 온 거네요"
조효섭
"많이 왔죠. 거의 금강 전체가 물바다라고 해도 됩니다."

경보 발령으로는 불안해 관계 지자체에 전화도 돌렸다고 합니다.

조효섭/금강홍수통제소장
"계획홍수위(100년 빈도 최고 수위)와 제방고(높이)를 저희가 표를 만들어 놓고 이걸 넘었을 때쯤 위험하니까, 제가 우리 직원보고 전화해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해줘라. 처음 넘자마자 (미호천 수위가) 9.2m 9.3m 넘을 때 6시 반에 전화를 한 거죠. 하천 순찰도 조금 강화하고 주민대피도 시키라고 지시를 했거든요."

연락을 받은 청주시는 조치에 들어갔지만, 주민 대피에 집중했습니다.

최원근/청주시 안전정책과장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송읍과 가장 가까이 있는 흥덕구청 관할에 있는 오송읍까지 연락을 해서 그 현장에 가서 긴급하게 주민들을 대피할 수 있도록 그런 조치를 했고요. 다른 관리청(관할 시설)까지 저희가 커버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송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인 충북도청은 뭘 하고 있었을까?

차주하/취재기자
"사고 난 오송 지하차도 주변에 (사고 전) 어떤 조치를 했다거나 이런 것들…."

충청북도 관계자(음성변조)
"말씀드리기 조금 그렇고요. 저희가 언론 관련해서는 대변인실에서 통일하게 돼 있으니까…."

도 자연재난과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19분 제방 붕괴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도로 관리 부서는 오송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김기봉/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과장
"저희가 이런 CCTV로 (지하차도를) 확인을 했었거든요. 거기 봐서는 교통에 관해서는 그 당시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교통통제 기준이 50cm라고 돼 있는데"
-무슨 50cm요?
"(물 높이가) 바닥 중심에서 50cm, 바닥에서 50cm는 넘지 않았습니다."

제방이 터져 물이 갑작스럽게 밀려올 줄은 몰랐다는 겁니다.

김기봉/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과장
"그 제방이 기존에 완성된 제방이라면 잘 견디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한번 건드리고 임시 제방이다 보니까 취약해서 그것까지는 그 위험 요인까지는 감안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행정당국이 지하차도를 방치한 사이, 경찰에는 도로 통제를 해야 한다는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첫 신고는 오전 7시 58분.

112신고 (음성변조, 오전 7시58분)
"침수 우려가 있거든요. 오송도 그렇고,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제를 해야 할 것 같거든요."

경찰은 궁평1 지하차도로 출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호천에서 더 가까운 궁평2 지하차도로는 출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문현철/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
"4시간 전, 2시간 전, 1시간 전에 미호강이 범람한다는 위험 신호가 왔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때 가동해야 하는 기구가 시군구 재난안전대책본부입니다. 지금 위험한 부분에 지하차도가 있는데 여기를 교통을 통제해야 됩니다 라고 이야기해야 하고 여기에 경찰이 협조해야 되고. 이런 시스템이 가동이 되면 한 명도 안 죽었죠. 과연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는지 뭘 하고 있었는지…."

이번 참사, 정확히 3년 전 여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KBS 뉴스 (2020년 7월24일)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3명이 숨졌는데요. 교통통제도 때를 놓친 걸로 보입니다."

2020년 7월 23일,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부산에 쏟아졌습니다.
호우경보가 내려졌지만, 상습 침수지대인 초량 제1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빗물과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이 지하차도 2m 높이까지 차오르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목격자
"그냥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지나갔는데 너무 깊게 이렇게 차가 잠겨버리는 거예요. 체감상으로는 20초도 안 걸렸던 것 같아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운전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부는 사고 약 한 달 뒤인 8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에는 자동 차단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 대형 참사가 난 오송 지하차도는 예외였습니다.

강종근/충청북도 도로과장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오송 지하차도는) 3등급으로 결론이 났고…."

통행량이 적고 침수 이력이 없다며 침수 위험도를 가장 낮은 3등급으로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장석환/KBS 재난방송 전문위원
"오송 (궁평2)지하차도는 2019년에 지어진 것으로서 신설 지하차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신설 교량들은 지금 자동차단시설을 설치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형식적인 대책 마련에 그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가 그대로 남은 겁니다.

문현철/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
"참사가 발생하고 나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는 재난관리 시스템이 작동되었는지에 대해서, 작동되지 않았다면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그것이 왜 참사와 연결됐는지를 규명을 한 뒤에 그런 시설적인 차단시설이니 그런 논의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논의 과정 없이 바로 시설 장비 설치가 나옵니다. 마치 그런 시설 장비가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논의가 됩니다. 이러다 보니까 법에 규정돼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응급조치는 하지 않고 지나가 버립니다. 잘못된 것이죠."

■ 반복되는 사고. 이번엔 다를까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국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시민들이 방치됐습니다.

윤석열/대통령 (2022년 10월)
“진상 규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소된 책임자들은 줄줄이 석방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책임자조차 없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사고 합동 분향소>

참사는 반복됐습니다.

김영환/충청북도지사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
"철저하게 감찰하고 수사해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유가족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고 누가 어느 과정에서 책임질 일이 있었는지, 그런 것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또다시 이런 사고로 다른 분들이 저희와 같은 아픔을 받지 않도록…."

취재기자: 김수연 차주하 이승종 조혜진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영상편집: 이기승 강정희
자료조사: 김동하 이정훈
조연출: 유화영 정현주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수연 기자 (sykb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