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2023. 7. 2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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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기후가 미쳤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극한 폭우였다.

소중한 생명이 오십 분이나 희생되니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자연재해를 미리 감지하고 대피하는 동물들이 부러워진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이번 폭우에 대해 과학적 예측력을 보여주었다.

열네 분이 희생된 청주시 궁평지하차도의 참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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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기후가 미쳤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극한 폭우였다. 소중한 생명이 오십 분이나 희생되니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자연재해를 미리 감지하고 대피하는 동물들이 부러워진다.

기후과학자들은 기후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기후와 관련한 카오스(무질서, 혼돈)에서 코스모스(규칙, 패턴)를 찾아내서 체계적으로 정보화하고, 이 정보를 예측에 활용해 재난이 될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이번 폭우에 대해 과학적 예측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라고 하는 까닭이다.

열네 분이 희생된 청주시 궁평지하차도의 참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청주시, 청주시 흥덕구, 충북도, 행복청, 경찰서, 소방서 간에 임시 제방, 재난 통보, 도로 통제, 재난관리 시스템을 둘러싸고 ‘네 탓의 책임 공방’을 보는 심정이 불편하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규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또다시 드러난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 책임 의식의 결여이다. “궁평지하차도가 물에 잠길 수 있다”,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민의 제보를 무시하는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도 달라지지 않았다. 재난 대처 매뉴얼만 지켰어도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감이 든다.

공영방송도 비판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16일 아침 6시15분에 지상파방송사에서 평생 일하고 퇴직한 분에게서 속 타는 문자가 왔다. “지상파 한 곳에서만 엊저녁과 오늘 새벽 재난특보를 할 뿐, 공영(방송)이라는 작자들 뭘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이 물난리에 오락성 프로를 하는 공영방송에, 산불 대비 프로그램까지 내보내는 종편도 있네요.” 필자의 아내도 “TV 편성표에 재난방송(재)이 있더라”며 “재난방송도 재방송이 가능한가”라면서 혀를 찼었다(나중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공영방송이 왜 적극적이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집중폭우가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폭우로 불안감이 커지면 국민은 먼저 관련 기관과 재난방송으로부터 상황에 대한 정보와 재난 대비 방법을 얻으려고 한다. 공무원과 재난방송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부끄러운 비판을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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