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정치편향 무마에 쓰인 "교권침해"…서이초 비극에도 동상이몽
전교조·민주 "당국이 진상조사, 교육권 보장"
MZ교사 "악성민원 교권침해, 제도 잘못" 방점
국힘 학생인권조례 성토…非尹은 "국가책임"
6년前 전교조, 계기교육 자료요청에 "교권침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년차 새내기 여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선택을 한 원인이 '교권붕괴'라는 중론이 형성됐지만, 해법을 두고 묘한 엇갈림이 관측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선 숨진 A교사 추모 물결이 두갈래로 나뉘었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산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 300여명 모인 집회에서 '진상규명'과 '교육권 보장'을 당국에 요구했다. 같은날 인근 보신각에서 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MZ세대 교사들은 학부모 악성민원 등에 의한 '교권침해' 현실을 직접 호소했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특정 정치단체와 연루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여당은 진보진영 교육감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 방치로 이어진 비극이라고, 야권에선 당국에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며 원론적 '교권보호'를 거론한다. 이런 책임론 향방 차이는 여권 내에서도 표출됐다. 국민의힘 비윤(非윤석열)계 대표격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진짜 교육개혁을 할 의지가 있다면 피폐해진 학교 현장을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어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의 집회에서 터져나온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낡아빠진 옛날의 교권이 아니다. 교사에게 권위가 아닌 존중을, 권력이 아닌 인권을 보장해달라'는 외침을 교육부와 교육청은 경청하고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갖고 단호히 대처하라"고 했다. 아울러 "교육개혁은 '공교육 개혁'"이라며 "국가의 책임은 공교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면 사교육 문제가 많이 해결된다"며 '공정수능 지시'를 매개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사교육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해 학원과 강사들을 세무 조사한다고 무너진 학교가 되살아나는가. 사교육을 때려잡는다고 공교육이 바로 서는 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어 "이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학교와 교실에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지난 20일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중시하는 진보교육감들이 교권을 위해선 무슨 노력을 했는가"라며 "특단의 대책으로 교권 붕괴를 막아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이 무너뜨린 교권 국민의힘이 바로세우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21일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으로 A교사를 추모하며 "민주당은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자 해결책을 따져 물었다.
박대출 의장은 "학생인권조례로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교권 확보 3대 요구사항을 꺼냈다. 그는 "첫째 '아동학대 면책조항 도입'에 동의하시나. 둘째 '학생 생활기록부에 학생의 교권침해 내용 기록'에 동의하시나. 셋째 '학부모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에 동의하시나"라고 이재명 대표에게 물었다.
또 "앞의 2개항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 이태규 의원 대표발의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며 민주당에 처리 협조를 요구했다. 박 의장과 이태규 의원은 전날(22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A교사 분향소를 찾아 추모한 뒤 "교실은 폭력의 공간이 아니다. 진보교육감들의 이념 무대도 아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현재 교육위, 문화체육관광위로 분리) 위원으로 활동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전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눈 앞에 펼쳐졌다"며 교권붕괴 우려가 오래 전부터 제기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교권침해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고 교단을 떠나는 젊은 교사들이 급증하고, 무고한 아동학대 고소를 당해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며 "5년 전 제가 드렸던 말씀이 생각난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018년 5월15일 스승의날 계기 블로그 글에서 "2017년 교권 침해 건수 2,500여건, 교권침해 상담건수 10년간 2.5배 증가"라는 통계를 거론한 뒤 "최근 몇년간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역으로 교권이 침해받는 폐해가 늘어나더니, 급기야 스승의날 폐지 청원까지 올라왔다"며 "뉴욕의 경우 '학생 권리 및 의무 규정'을 통해 교사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할 의무, 저속하고 부적절한 표현을 삼가야할 의무를 설정해 교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대조했다.
해당 글은 "이젠 우리도 선생님들의 권위를 되찾아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됐다. 나 전 의원은 "교권을 세워주는 것이 우리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교육개혁의 출발이 아닌가 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잘 맞물려 돌아갈 때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과 선생님들의 자긍심이 지켜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 전 의원이 20대 의정활동 당시 전교조 등 진보진영으로부터 '교권 침해' 주체라고 바판받은 악연도 조명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이던 2017년 10월 교문위 국정감사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적 현안과 연관된 '계기교육'(교육과정 외 특정 주제별 교육) 수업자료를 국감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전국 16개 교육청에 요청했다. 이에 전교조는 나 의원실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탈핵·탈원전, 노동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6·15 남북공동선언, 19대 대선에 관한 수업교재와 지도안 제출을 요구한 게 "수업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당시 교권침해 주장에 나 의원 측은 한 언론에 "정규 교과과정에 없는 교사 재량의 '계기교육' 현황을 교육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자료요청을 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으면 자료를 못 낼 이유가 없다. 강압적인 자료 수집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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