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튼+이용규 퇴장→폭우→370분 연장 혈투' 대혼란의 사직…키움, 롯데 꺾고 위닝 [부산리뷰]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8회 2타점 적시타를 날린 송성문.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7.23/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폭우로 인한 경기 중단 및 그라운드 정비 시간을 합쳐 6시간을 넘긴 혈투. 최후의 승자는 키움 히어로즈였다.

연봉 8만5000달러(약 1억900만원)의 외인이 전날 결승타에 이어 초대형 홈런까지 쏘아올린 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령탑과 데뷔 20년차 베테랑이 과격한 항의 끝에 퇴장당했고, 폭우로 경기가 84분간이나 중단됐다. 연장전에 접어들면서 총 경기시간이 6시간을 넘어섰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말시리즈 마지막 경기. 전날 잔루 16개의 '고구마타선' 덕에 다시 승률 5할 아래로 주저앉은 롯데와 가까스로 8연패를 끊어낸 키움 모두 시리즈위닝이 간절했다.

키움 이정후.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11/

여기에 키움은 간판타자 이정후가 전날 경기중 입은 발목 부상으로 이탈, 이날 1군에서 말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중견수로 새 외국인 타자 도슨을 기용하는 한편, 차주 1군 등록 예정이던 베테랑 이용규를 조기 콜업해 외야 한자리와 리드오프를 맡겼다.

결과적으로 이용규의 조기 콜업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날 이용규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3회에는 선두타자 이지영의 안타 후 번트를 댔고, 성실한 '3피트 라인 바깥 주루'를 펼쳤다. 덕분에 심판진이 롯데 1루수 한동희의 송구 실책 때 '3피트 라인 위반'으로 아웃을 선언하자 즉각 비디오 판독을 신청, 오심을 바로잡았다.

키움은 이어진 무사 2,3루 찬스에서 김혜성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고, 이어진 '1억남' 도슨의 우월 투런포로 3-0으로 앞서나갔다. 도슨은 전날 KBO리그 데뷔전서 첫 타석 첫 안타 첫 타점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는 진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날 롯데 선발 이인복의 143㎞ 투심을 통타해 사직이 자랑하는 6m 펜스를 까마득히 넘기는 발사각 41.8도, 타구 속도 174.7㎞의 비거리 120m 홈런을 쏘아올렸다.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3회 키움 도슨이 투런 홈런을 날렸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롯데는 4회말 반격에 나섰다. 키움 선발 최원태를 상대로 1사 후 안치홍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정훈 한동희 박승욱 유강남 김민석이 5연속 릴레이 안타를 쏟아냈다. 4-3 뒤집기 성공.

키움 이용규는 5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등장, 안타를 때려냈다. 롯데 이인복은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김혜성마저 사구로 출루시킨 뒤 심재민으로 교체됐다.

여기서 서튼 감독이 퇴장당하며 분위기가 혼란해졌다. 서튼 감독은 두번째 투수 심재민이 스트레이트볼넷을 한 뒤 3번째 투수 한현희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김현욱 투수코치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그답지 않게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손짓으로 주심에게 격한 속내를 토로했다. 주심은 퇴장을 선언했고, 현장을 메운 야구팬들에게선 뜨거운 야유가 쏟아졌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서튼 감독의 가족들은 낙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5회 주심의 볼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을 당하고 있는 롯데 서튼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7.23/

롯데 구단은 "스트라이크-볼 문제로 이뤄진 항의가 맞고, 주심의 1차 경고에도 감독님이 항의를 멈추지 않아 결국 퇴장이 선언됐다"고 설명했다.

4-4 동점 상황에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장대비로 바뀌었다. 키움 최원태와 롯데 한현희 모두 진흙이 스파이크에 심하게 끼어 투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6회초 키움 주성원의 내야안타, 이지영의 볼넷으로 1사 1,2루 이용규의 타석이 되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30분간 기다리는 사이 비가 멎었고, 그라운드 정비 후 경기가 속행됐다. 오후 7시 26분 경기 중단 이후 84분이 지난 뒤였다.

하지만 속개되자마자 4구째 헛스윙을 두고 이용규와 김선수 주심의 충돌 끝에 이용규가 퇴장당했다. 이날 3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던 이용규로선 어이없는 좌초였다.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6회 주심의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을 당한 이용규.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7.23/

키움은 8회초 3연투에 나선 롯데 최준용을 상대로 득점 차스를 잡았다. 무사 1,2루에서 김혜성의 안타가 터졌을 땐 2루주자 김동헌이 롯데 우익수 윤동희의 기막힌 홈보살에 잡혔다. 하지만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송성문이 기어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그리고 8회말 김재웅이 롯데 전준우에게 6-6이 되는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경기는 급기야 연장전에 돌입, 밤 11시를 넘어섰다. 키움은 연장 10회초 2사 후 도슨이 2루타를 치며 다시 분위기를 만들었고, 송성문의 1타점 2루타로 7점�를 뽑았다.

10회말을 짊어진 투수는 임창민. 선두타자 구드럼에게 볼넷을 내주고, 2아웃을 잡는 사이 대주자 신용수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이어 롯데 한동희의 유격수 강습 땅볼 때 유격수 김병휘의 실책이 나오면서 2사 1,3루가 됐다. 하지만 마지막 타자 박승욱을 중견수 뜬공처리, 길었던 370분 혈투를 마무리지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