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민주주의' 캄보디아 훈센 압승… 관심은 "훈센 장남, 언제 권력 승계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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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온 '아시아의 독재자' 훈센(70) 캄보디아 총리가 사실상 단독 출마나 마찬가지였던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훈센 총리는 총선 직전 최대 정적인 삼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의 공직 선거 출마를 25년간 제한했다.
캄보디아 안팎에서는 훈센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아들에게 철권통치 길을 터준 뒤, 상왕으로 군림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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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84.2%… 2018년보다 1.2%↑
18개 정당 출사표... 17개는 '유령당'
훈센, 아들에 길 터주고 상왕 군림?
38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온 ‘아시아의 독재자’ 훈센(70) 캄보디아 총리가 사실상 단독 출마나 마찬가지였던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예측 가능했던 총선이 이변 없이 끝나면서 이제 관심은 고희(古稀)를 맞은 그가 언제, 어떻게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느냐에 쏠리고 있다. 이미 바닥 수준인 캄보디아 민주주의는 한층 더 후퇴하게 됐다.
정적 제거·언론탄압… 경쟁자 없던 선거
23일 프놈펜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훈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CP)은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12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 971만 명 가운데 84.2%인 817만 여 명이 투표했다. 2018년 총선(83.0%)보다 1.2%포인트 높다.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압승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날 투표에 나선 캄보디아 국민들은 무려 18개 정당 이름이 나열돼 있는 투표용지를 받았지만, 맨 마지막에 적힌 CPP를 제외한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를 위해 급조된 ‘무늬만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이 유령 정당들은 선거 운동을 하기는커녕 벽보조차 붙이지 않았다.
‘반대파’도 일찌감치 제거됐다. 훈센 총리는 총선 직전 최대 정적인 삼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의 공직 선거 출마를 25년간 제한했다. 또 다른 반대 세력인 촛불당(CP)의 총선 참여 자격도 박탈했다.
언론에도 재갈을 물렸다. 지난 2월 훈센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했다가 폐간된 독립 언론 ‘민주주의의 소리(VOD)’처럼 입맛에 맞지 않는 매체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외형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밟았으나, 실제로는 여당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비민주적 엉터리 선거였던 셈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훈센 정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서방 국가와 인권단체가 “투표 과정에 투명성·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뿐이었다.
3, 4주 뒤 아들에 권력 이양?
관심은 권력 세습으로 쏠린다. 훈센 총리는 20일 중국 봉황TV 인터뷰에서 “총선 후 3, 4주가 지나면 장남 훈마넷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며 “그가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21년 12월 훈마넷을 후임자로 점찍으면서, 자신이 2028년까지 5년 더 집권한 뒤 아들이 총리 자리를 계승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데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권력 조기 승계 가능성을 띄우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훈마넷은 1999년 캄보디아인 최초로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2008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2018년부터 훈센의 정치적 핵심 집단인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캄보디아 안팎에서는 훈센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아들에게 철권통치 길을 터준 뒤, 상왕으로 군림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민주주의 전문가인 고든 코노치 호주 라트로브대 겸임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훈센이 아직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권력을 이양함으로써 내부 문제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뒤에서 버티고 있는 한 아무도 훈마넷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화는 더 멀어졌다. 지난 2월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민주주의지수에서 캄보디아는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부문에서 0점을 받았다. 북한과 같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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