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제재 2년…압박해서 양육비 낸 경우 ‘9%’
[앵커]
이혼한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년 전 제재 조치를 강화했죠.
운전 면허 정지나 출국 금지 조치 등인데, 기대보다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해법으로 독일의 사례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먼저 국내 실태를 짚어보고, 독일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정새배, 유호윤 기자가 차례로 전합니다.
[리포트]
2년 전 이혼하고 혼자 5살 아이를 키우는 전은선 씨.
처음 석 달간 양육비를 주던 전남편은 갑자기 양육비 지급을 멈추더니 최근엔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전은선/양육 한 부모 : "(시댁에서도) 다들 자기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법적으로 본인(전남편)한테만 의무가 있는 거지 자기네들이랑은 무관하니까 아이 얘기도 하지 말고 그냥 연락하지 마라…"]
전 씨는 그나마 석 달이라도 양육비를 받았지만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은 72%에 이릅니다.
양육 부담을 한쪽만 떠안다 보니 국내 한부모 가족 아동의 빈곤율은 47.7%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습니다.
정부는 2년 전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에게 운전면허 정지나 출국금지, 명단공개 방식 등으로 압박해 양육비 지급을 유도한 겁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제재 대상 부모 677명 가운데 양육비의 전부 또는 일부라도 낸 사람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이런 제재 조치를 하려면 아이를 키우는 쪽에서 직접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아내야만 하고, 배우자가 이미 해외로 나간 경우는 방법조차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배드파더스' 같은 단체를 통해 양육비 안 주는 부모의 신상을 직접 공개하거나, 1인 시위에 나섰다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기도 합니다.
[이영/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국가가 책임을 수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렇게 사적 다툼이 벌어지도록 하는 거죠. 약자가 피해자가 되는 순간이 되는 거죠."]
정부도 결국 제재 강화가 아닌 다른 해법을 찾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습니다.
그렇다면 유럽의 사례는 어떨지 이어서 베를린 유호윤 특파원이 전하겠습니다.
[리포트]
독일의 양육비 문제 해법은 한국과 다릅니다.
양육비를 이혼 부모들 사이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부모 가정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베레나 씨.
아버지가 다른 13살, 5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 아버지는 매달 양육비를 주지만 둘째 아이 아버지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베레나 슐레만/양육 한 부모 : "내 딸(둘째)의 아버지는 내 딸 말고도 다른 자녀가 또 있어요. 그래서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양육비를 낼 형편이 아닌 것 같아요."]
대신 독일 정부에서 둘째 아이 양육비로 우리 돈 30만 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1980년부터 시작된 양육비 선지급제 덕분입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가 양육비를 안 내면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주고 나중에 이 부모에게 추징하는 제도입니다.
아이가 18살이 되기 전까지 매월 우리 돈 26만 원에서 48만 원 정도를 지급합니다.
하지만 제도 운영상 문제점도 있습니다.
양육비 회수율이 20%에 그친 겁니다.
추징을 피해 일부러 안 내기도 하지만 소득이 부족해 못 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2017년 지급 기간을 18세 미만까지로 확대했고, 지원 대상 아동수는 80만 명까지 대폭 늘어났습니다.
[카트린 뷜트호프/독일 한부모협회 연구원 : "(양육비 부담을 정부가 떠안는 걸 비판하진 않나요?) 그런 의견은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양육비 지원은 아이들을 잘 부양하고 잘 살게 하려고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아동들이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아동 성장에 초점을 맞춘 양육비 해법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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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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