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늘어나는 가계대출…고민 깊어지는 한은
집값 반등에 실수요자들 몰린 탓
금리 인상보단 당국서 관리 나설 듯
한국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출 금리가 반등했음에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둔화, 금융 불안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도 쉽지 않아 다음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57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3246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고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 1월 감소 전환해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다 지난 5월 증가세로 바뀐 뒤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이런 추세로 미뤄볼 때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점은 은행 대출 금리가 최근 오르는데도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달 23일 최저 연 4.23%에서 이달 21일 최저 4.35%로 높아졌다. 은행권이 자금 조달을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거나 은행채를 대량 발행하면서 대출 금리가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원인이 부동산시장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반등하고 주택 거래가 되살아나자 매수 기회를 기다렸던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3주(지난 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전주 0.00% 보합이었던 전국 아파트값은 0.02% 오르며 1년6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4주 이후 9주째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낮지는 않지만 올해 초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선 낮은 편이고, 집값도 내릴 만큼 내렸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일부 풀어준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달만 해도 가계대출 증가에 관한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에는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면서 “만약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다음달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4연속 동결했던 기준금리(3.5%)의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당장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보다는 정책당국이 주도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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