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물가 또 수직상승하나
인도 폭우로 쌀값 오르자 수출 제한
폭염 스페인은 올리브유 8% 뛰어
‘곡물협정’ 난항, 국제 곡물가 들썩
한국도 침수 피해로 채소값 급등
국제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물가 상황에 복병이 등장했다. 집중 폭우가 이어지면서 국내 농경지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데다, 인도와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물난리와 폭염 등으로 주산물 작황이 악화됐다. 농식품발 물가 충격인 ‘애그플레이션’이 하반기 물가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에 내린 비로 지난 21일 오전 6시까지 농지 3만5068헥타르(㏊)가 침수돼 낙과 등의 피해를 입었다. 여의도 면적 121배에 달하는 규모로, 출하량 감소와 향후 수급 불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채소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은 4㎏에 8만3520원으로 1주일 만에 98.3% 올랐다. 한 달 전 가격 1만8700원과 비교해 346.6% 상승했고, 1년 전(4만2496원)과 비교하면 96.5% 올랐다.
청상추(상품) 도매가격은 4㎏에 9만360원으로 1주일 만에 144.7% 올랐다. 같은 기간 오이 195.7%, 애호박 143.8%, 시금치 22% 등 지난주 내내 채소류 가격 급등세가 이어졌다.
문제는 폭우가 잠시 멈췄다 다시 기습적으로 재개되는 등 비가 그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처럼 폭염, 폭우가 반복된 뒤 태풍까지 겹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7년 만의 ‘슈퍼엘리뇨’가 예상된 나라 바깥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도 정부는 비 바스마티 백미를 허가 없이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최근 극심한 폭우로 경작지가 타격을 입으면서 자국 내 쌀 소매가격이 한 달 새 3%나 급등하자 부스러진 쌀알(싸라기)에 이어 부랴부랴 수출제한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인도는 지난해 약 2200만t의 쌀을 수출한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데, 비 바스마티 백미와 싸라기는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인 1000만t을 차지한다. 인도가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만큼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불안정한 국제 곡물 시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으로 올리브유 가격도 오를 기세다. 전 세계 올리브유 수출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폭염 피해로 정제 올리브유 가격이 전년 대비 8% 넘게 상승했다. 폭염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유에 이은 식용 오일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 제한과 출하량 감소 등은 아직까지는 국지적인 불안이지만, ‘흑해곡물협정’ 종료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못지않은 곡물·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릴 만큼 곡물 수출대국이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은 유례없이 치솟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성사되며 한숨을 돌렸지만, 지난 17일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거부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거부한 17일 이후 국제 곡물가격은 3일 연속 상승했다. 2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이 1부셸(27.22㎏)당 737.6센트로,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날 밀 선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인 8.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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