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메이저 킹' 변상일 "먼저 1승"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1국
3시간 35분, 254수 혈투 끝에
최정 상대로 1집 반 승리 거둬
24일 오후 1시 결승 2국 열려
GS칼텍스배 3년 연속 결승 진출, 그리고 첫 우승을 노리는 변상일 9단과 한국 여자 기사로 최초 '국내 종합기전' 우승을 노리는 최정 9단의 대결에 바둑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리고 시작된 결승 1국. 지난주 춘란배에서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이룬 변상일이 기세를 이어가 '바둑 여제' 최정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대국장에서 열린 제2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5번기) 1국. 지난 2년간 신진서에게 막혀 오르지 못한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왕좌를 노리는 변상일은 3시간35분간 이어진 치열한 혈투 끝에 254수 만에 최정에게 1집 반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국은 한국 바둑사에도 중요한 경기다. 국내 종합기전에서 남녀 기사가 결승전 승부를 펼친 것은 무려 22년 만이다. 앞서 사례도 단 3차례에 그친다.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 남녀 결승전은 2000년 제5기 대회 때 중국 루이나이웨이와 최명훈 9단의 대결이 유일하다.
국내 최강 여자 기사로 꼽히는 최정은 GS칼텍스배에서 무려 23년 만이자 한국 바둑사에도 '전인미답'의 고지인 '한국 여자 기사 종합기전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인 변상일과 묘한 악연도 흥미를 더 끌어올린다. 지난해 11월 메이저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최정이 변상일을 상대로 승리했다. 당시 변상일은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TV를 통해 고스란히 중계가 됐다.
우승 트로피를 두고 펼치는 마지막 대국. 우승 상금도 승부욕을 자극한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국내 최대 종합기전으로, 우승상금이 7000만원인데 이는 국내 기전 중에서 가장 많다.
떨리는 결승 1국. 시작부터 백돌을 잡은 변상일이 흐름을 잡았다. 인공지능의 승률 분석을 보면 이미 50수째에서 변상일의 승률이 90%를 넘어갔고 80수 부근에서는 99%까지 찍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정은 시간 계산을 잘못하며 65수째 1분 초읽기에 들어섰다.
그런데 한때 15집까지 벌어졌던 형국은 후반에 뒤집어졌다. 탄탄한 마무리를 하려던 변상일을 상대한 최정이 인내심을 갖고 버티며 승부를 5대5로 만든 것. 자칫 변상일이 치명적인 역전패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정은 '초읽기'에 발목이 잡혔다. 흔들린 최정을 상대로 변상일은 돌부처처럼 끝까지 인내하며 승부는 그대로 끝이 났다.
"초반에 조금 좋다고 봤고 중반에도 좋다고 봤다"고 돌아본 변상일은 "하지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장면에서 타협이 되어 승부가 미세하게 흘러갔다. 운 좋게 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조금씩 유리하다고 봤는데 계가를 할 때마다 달라졌고 한때 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맹추격했지만 아쉽게 패한 최정은 "시간 안배를 잘 못했다. 중반에 흔들려서 사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협이 잘됐다"고 말한 뒤 "만만치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끝내기를 했는데 상대가 득을 보는 수도 좀 있으면서 패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해설을 맡은 김영환 9단이자 KIXX 감독은 "시간에 쫓기면서 최정이 막판 3·3에 수를 둔 것이 패착이라고 분석된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던 상황에서 계속 전투를 했어야 하는데 시간에 몰려 아쉬운 수가 나왔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상일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경기 도중 어이없는 실수들을 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만 봐도 유리한 상황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며 신중하게 뒀다. 그리고 집중력도 끝까지 끌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신력도 꾸준함도 업그레이드된 변상일. 하지만 여전히 각오는 짧고 굵다. "내일도 잘 둬서 이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변상일은 "앞서 두 번의 준우승을 했다. 올해는 우승까지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승리로 변상일은 최정과 상대 전적을 8승1패로 만들었고 5국으로 열리는 결승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 2국은 24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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